예전에는 가정이 훌륭한 교육의 장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또 많은 형제들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성장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핵가족 제도에서 자녀를 올곧게 키우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나 아니면 둘 밖에 없는 자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붓다 보니 요즘의 아이들은 자기가 제일 소중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부족한 듯 합니다. 서로 돕고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귀하게 여겨야 평화롭고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부러 가르쳐야 하니 그 역시 어려운 일이지요.
이 동화를 쓰신 권정생님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어렵고 혹독한 시절을 거치며 성장하셨어요. 어려서 어려운 현실 속에서 동화를 읽고 많은 위안을 받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동화를 쓰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낮고 보잘 것 없는 돌멩이, 풀 한 포기, 하늘에 떠 있는 이름 없는 별조차도 진정한 삶의 의미를 부여받으며 다시 태어납니다. 서럽도록 아름다운 정서, 소박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더불어 그 가치가 새록새록 묻어나지요.
‘깜둥바가지 아줌마’가 사는 부엌은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저마다 모양, 색깔, 잘난 것도 다른 양상에서 깜뚱바가지 아줌마는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가만히 자기의 속내를 들여다보게 하지요. 성냄도 탓함도 없습니다.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주변을 포용하고 신세한탄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한쪽이 참아야 하지 않겠니?
그걸 탓하지 말고 사랑해 주면 언젠가는 스스로 깨닫게 된단다. 그러니까 꾹 참고 지내면 앞으로는 사기 접시도, 오목탕끼도, 수저들도 모두 뉘우치고 우리랑 친할 거야.”
부엌 식구들 때문에 속상해 하는 된장 뚝배기를 달래는 깜둥바가지를 보면 자기의 역할과 위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인자함에 숙연해집니다. 깜둥바가지는 개울에 나가서도 부엌에 갇힌 그릇들을 생각하고 그들이 심심할라치면 바깥 얘기도 재미있게 들려주지요. 주인집 딸이 들고 나가서 금이 가는 바람에 무명실로 보기 싫게 꿰맨 얼굴 때문에 부엌에서 더욱 천한 몸이 되고 모두들 놀려도 조금도 탓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자기도 해님처럼 인자한 얼굴을 가져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으면서요.
자기를 그렇게 놀리던 사기 접시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던 깜둥 바가지 역시 내버려집니다. 모두의 마음을 위로하고 초연하게 떠나는 깜둥바가지를 보면 능력주의 사회, 일등주의 의식, 좋은 것이 제일 좋다는 우리의 집착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게 하는 지혜로운 힘을 가지게 합니다.
지금도 저 넓은 바다 어딘가를 흘러가고 있을 깜둥바가지를 만나면서 더 나은 삶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깜둥바가지의 마음이 우리의 이상일 뿐일지라도 그것이 아이들에게, 우리에게 살아가는 지향점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책나이가 낮은 자녀는 엄마가 읽어주고 함께 나눠 보세요.
김미영 / 독서지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