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자회 현장에 나온 준석이의 모습.
▲ 바자회 현장에 나온 준석이의 모습.

“언제부턴가 준석이 엄마가 반상회에 나오질 않더라구요,  어느날 준석이 아빠를 우연히 뵈었는데 아마 약주를 하셨던 것 같아요. 애기엄마가 반상회에 안나온다며 무슨일 있느냐고 물으니 반상회가 도대체 뭐하는 거냐며 대뜸 화를 내시는 거예요. 나중에 사과를 하셨는데 가정에 그런 어려움이 있는지 몰랐지요.”

신평 봉학마을 아파트 부녀회장 정선연씨는 준석이가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기나긴 항암치료중이라는 사실도, 그로인해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가정을 꾸려나가는 준석이 엄마 아빠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힘든지도 뒤늦게서야 알았다고 한다. 아파트 생활이란 게 현관문 닫고 들어가면 이웃에 누가 사는지, 어떤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게 다반사이니 누굴 탓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웃에 사는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미처 안정된 가정을 이루기도 전에 그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그냥 남의 일인 양 모른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아픈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마음은 한결같았기에 이날의 행사도 가능했으리라. 지난 1일 신평면 거산리 봉학마을 아파트 단지안에서는 아파트 부녀회원들이 준비한 ‘백혈병 어린이 돕기 자선 바자회’가 열렸다.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에 열린 이날 행사는 지난해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중인 전준석 어린이를 돕기위한 행사로 음식바자회였다. 부녀회원들은 전날밤 늦은 시간까지 이날 행사를 위한 음식을 손수 장만했다. 비록 결성된지 얼마안된 신생부녀회여서 행사를 치르는 손길들도 서툴렀지만, 미처 포장을 준비하지 못해 비를 쫄딱 맞으면서 손님들을 치렀지만 자신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어린 생명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는지 행사내내 이들은 밝은 표정이었다. 찾아온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준석이를 데리고 행사장에 나온 엄마 김명옥씨는 고마운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실 줄 몰랐어요. 바쁘실터인데 이렇게 시간을 내어 일을 해주시다니... 준석이가 다 나으면 저도 좋은 일 하며 살 거예요.”

준석이는 5차 항암치료까지 마치고 현재는 1주일에 한번씩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물론 언제 어느때 고열이 일어날지 몰라 늘 긴장속에 살아야 하지만 앞으로 5년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저희가 바라는게 뭐 있겠어요. 우선 애기가 낫는거죠. 그래야 가정도 편안해질테니까요.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마련한 행사인데 뜻밖에 많은 분들이 온정을 보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정선연 부녀회장)

“여러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신평·송악로타리클럽, 신평라이온스, 그리고 신송와이즈멘과 거산교회에서 후원을 했구요. 특히 교회에선 방송까지 해주셨는데 소식을 듣고 할머니들께서 주머니에서 꼬깃해진 지폐를 꺼내 주시는데 감동적이었습니다.” (거산1리 이용복 이장)

이날 내린 봄비는 비록 부녀회원들을 힘들게 했지만 기나긴 겨울가뭄끝에 내린 비여서 농작물에 더없이 좋은 단비중의 단비였다. 부녀회원들의 정성이 준석이네 가족에게 희망의 씨앗을 움트게 하는 촉촉한 봄비가 되었길 바라는 마음은 부녀회원들뿐만 아니라 이날 현장을 찾은 모든 후원자들의 바람이기도 했으리라. 이날 부녀회에서는 800여만원의 기금을 모아 준석이네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