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이렇게 해야 했던가. 필자는 원정투쟁단의 일원으로 7박8일 동안 우리 한국 농민들과 함께했다.
한국농민들만 WTO반대에 나선 것이 아니라 비록 규모는 우리보다 작았지만 전 세계, 멀리 스페인,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태국, 일본등 많은 나라들의 농민들이 동참한 것은 WTO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입증한 것이다.
그 중에 제일 많은 한국 농민들의 각종 시위방법, 예를 들어 삼보 일배, 바다에 뛰어든 해상 시위 등 전 세계 WTO에 대항하는 농민들의 선봉에 선 것은 그만큼 한국 농업이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정부보조를 먹고 거대한 공룡으로 자란 기업농이 전 세계 가족농을 뿌리째 뽑아내고 있다, 약소국은 죽이고 저희들만 잘 살겠다는 것이다. 그 뒤에는 카길, 썬키스트 등 거대한 식량 메이져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세계화 전략이다. 설 자리를 잃은 우리 농민들이 세계 무역기구 각료회의가 열리는 홍콩까지 가서 절규했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눈총뿐이다. 일그러진 농민상을 연출하는 것은 언론이다. 농민시위의 과격성만 부풀리고 진압경찰의 폭력성을 외면하더니 홍콩시위도 예외가 아니었다. 빅토리아공원에서 전 세계 농민들과 집회를 가졌고 가두행진에 나섰다. 그런데 시위행렬이 오후 7시 이후에 집회가 허용되지 않는 구역에 이르자 경찰이 과잉진압에 나서 최루탄, 고무총, 물대포를 쏘고 전기곤봉을 휘둘러 순간적으로 마찰이 생겼다.
1,000여명의 한국농민이 연행되었지만 곧 석방되었다. 단순히 경찰저지선을 넘고 집회금지구역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11명이 구속되었지만 영사관이 신원보증을 거부했다. 제 나라 국민의 권익을 외면했지만 언론은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홍콩 가톨릭 주교와 어느 교포가 신원보증을 해주어 동지들이 풀려날 수 있었다. 담당판사도 불법행위가 경미하다고 밝혔다. 한국 언론은 나라를 망신 시켰다느니 하며 농민들을 폭도처럼 비난했다.
우리는 열심히 WTO의 불공정에 대해 항의를 하였다. 삼보 일배, 해상시위, 촛불시위로 세계화의 모순을 알리는데는 홍콩시민들의 따뜻한 호의도 큰 몫을 했다. 도로변에서 손을 흔들고 시위에 동참하며 연대의 뜻을 보내고 밤에는 춥다고 옷가지를 들고 나오고 물과 먹을 것도 수없이 가져왔다. 마지막 날 밤에는 우리 농민들이 입었던 옷과 모자, 점퍼, 머리띠들을 기념물로 갖고 싶다고 졸라 모두를 벗어주고 와야했다. 심지어 홍콩기자들도 달라고 졸라 본인의 점퍼도 벗어 주었다. 다음달 6월 중순에는 우리 농민들이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 원정투쟁이 계획되어 있다. 전세계에 죄를 많이 지은 미국이 입국을 허용할지 걱정이다. 미국인들 중에는 약소국의 주권을 빼앗고 수입개방을 강요하는 자국정부의 압력을 부당하다 여기는 선량한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이들의 여론을 모아 한미 FTA의 부당함을 알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