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과 탄생을 무력하게 하는 것들
박완서 작가가 창작활동을 시작한 지 삼십년이 되는 해, 「아주 오래된 농담」 이라는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박완서 작가의 책을 많이 보는 나로써는 어김없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언제나 작품 속의 주인공이 내 자신인 것처럼 느껴져 그 작품 속으로 빠져들 때가 많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의 소재나 잊혀졌던 어린시절을 다시 회상할 수 있는 소재가 많기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의 소설 중 많은 작품은 언제나 중산층이나 도시 소시민의 허위의식에 가득찬 삶과 애환을 그리는 특징을 보여왔다. 주제나 소재를 일상적인 삶의 현장에서 가져오고, 거기에서 인간의 따뜻함을 그려내는 박완서 작가는 독자들에게서 많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도 돈의 물신성이나 가부장적 이념이 죽음과 탄생을 얼마나 무력하게 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화자 심영빈의 매제인 송경호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가 그 중 하나이다. 에피소드로 제시되긴 하지만 가난한 치킨집 주인 치킨박의 자살 이야기가 의미상 대비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 축은 심영빈의 결혼생활과 일탈, 현금과 불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얼핏 이 두 가지의 축은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죽음과 탄생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대비되어 있다.
살다보면 인간의 이면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앞뒤가 다른 동전처럼 죽음과 탄생은 모두 돈의 속물성이나 가부장적 이념의 강고함으로 뒤틀려 있고, 죽음도 탄생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지 못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임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사람은 태어날 때 어느 누구나 벌거벗고 순진무구하게 태어나지만, 죽을 때에는 천태만상 제각기 다르게 죽는다. 착하게 살았다고 편하게 죽는 것도 아니고, 남한테 못할 노릇만 하며 살았다고 험하게 죽는 것도 아니다. 남한테 욕먹을 짓만 한 악명 높은 사람이 편안하고 우아하게 죽기도 하고, 고매한 인격으로 추앙받던 사람도 힘들게 죽음을 맞이할 때도 있다.
젊었을 때 아무리 깔끔을 떨던 사람도 자식한테 똥을 떡 주무르듯 하게 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이도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정신의 사멸과 육신의 사멸은 전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