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영화보기를 몹시 좋아했다.
가난하고 우울했던 현실을 까맣게 잊게 해주며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나에게 더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주게 했던 영화. 칠흑같이 컴컴한 극장안. 커다란 스크린과 압도적인 스피커의 음향은 어린 나를 긴장하게 하였으며 그 안의 장면에서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신나게 하였고 커다란 벨소리와 함께 불이 켜지는 순간의 애틋하고 가슴뭉클한 마지막 씬.
여지껏 본 영화 중에서 씨네마천국이란 영화를 제일 감명깊게 보았다. 가녀리고 서정적인 사랑의 테마 주제음악.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베르토 할아버지의 순진무궁한 우정. 전후 암울한 이탈리아 시골의 사회상. 조그마한 극장을 위주로 이루어지는 주민들의 이야기는 마치 그 마을에 사는 것 마냥 친근한 착각을 일으켰다.
지금은 없어진 고향의 한림극장에 대하여 청소년기에 많은 추억이 있다. 때는 바야흐로 60∼70년대. 해질녘이면 군용트럭을 개조하여 지붕 위에 커다란 찌그러진 스피커를 달고 구성지게 영화내용를 이야기하며 4절지만한 삐라를 뿌리면서 달리는 모습은 가난한 우리를 마음 설레게 했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시는 한림읍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가와 사회발전, 새마을 사업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오늘저녁 자랑스런 한림읍민을 모시고 상영할 영화는 맨발의 청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고 손수건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영화계의 기린아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운운
끝으로...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합니다, 아들딸 구분말고 둘만 낳아 잘 키웁시다.
반공방첩. 간첩신고는 112.
당시 그 목소리의 흉내는 소풍가서 장기자랑의 주레퍼토리다. 어느 날 목소리 주인공 아저씨를 한림공원에서 (한림공원 직원) 우연히 만났는데 초췌하고 많이 늙어 있었다.
당시에는 영화가 유일한 문화생활이었고 청춘남녀 데이트장소였다.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들국화는 피었는가?’, ‘앙케의 영웅’ 등 전쟁영화를 좋아했고 서영춘, 백금녀의 코미디물 혹은 ‘황야의 7인’, ‘자이언트’. ‘나바론’. ‘독수리요새’, 테렌스 힐이 주연한 코미디 시리즈도 재미있게 보았다
어린 시절의 영화는 꿈과 희망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져다 주었고 나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인격형성과 정신수양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스라한 추억의 장으로 없어져 버린 한림극장이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