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상상은 신선한 충격을 주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물론 절대 과하지 않은 적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숙명이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팽배해있는 어떠한 것을 적중시킨다면 게임은 이미 끝났다. 이제까지 우리 머릿속에서만 집을 짓던 상상이 하나의 현실로 이루어진다면?

그 짜릿함은 발칙한 상상이 주는 쾌감 너머로 유쾌, 통쾌, 상쾌한 세 가지 맛을 줄 것이다. 그런 영화 한편이 등장했다.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그린 영화인데, 정작 그 인물은 심기가 매우 불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관객들은 특히,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환호성을 내지를 수도. 바로 <대통령의 죽음>이다. 이 영화는 부시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면?

그야말로 발칙함 그 자체다. 이미 이 영화가 처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일반 사람들에게 공개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최우수작품상까지 거머쥐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미국 개봉 당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CNN과 미국 라디오 네트워크 NPR는 영화의 소재가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이유로 영화 광고를 불허했다. 감독인 가브리엘 레인지는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으며, 스크린도 잡지 못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은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화씨 9/11>을 연상케 하는데, <화씨 9/11>이 부시가 일으킨 전쟁에 초점을 맞췄다면 <대통령의 죽음>은 부시가 일으킨 전쟁 이후를 중심으로 결국 부시 대통령이 살아 있는 한 세계 평화는 없음을 역으로 말하고 있다. 그래서 다소 <화씨 9/11>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가상의 미래이다. 2007년 12월 부시 대통령은 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시카고를 방문한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부시는 경제포럼에서 연설을 마치고 박수를 받고, 호텔로 돌아가려는 순간 가슴팍에 두 발의 총알이 박힌다. 이 사실은 영화 속에서 어디까지나 허구이지만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자 사건의 모티브로 작용한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의 죽음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떻게 부시가 자신의 권좌를 위해 테러와 이라크 전을 이용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부시 죽음 이후 부통령 딕 체니가 대통령직을 승계 받고, 딕 체니는 시리아 정부를 견제할 목적으로 호텔에서 일하던 시리아인 자말 자크리(헨드 아요브)를 암살범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즉, 나라의 불완전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테러를 이용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부시가 9.11 테러에 있어 순수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통령 딕 체니가 결정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살인범으로 자말 자크리를 지목하고 둔갑시키는 과정은 오사마 빈라덴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암시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지목한 오사마 빈라덴이 9.11 테러의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더 나아가 테러를 이용해 미국의 권익에 치중하여 이라크 전쟁까지 도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렇게 영화는 부시 대통령의 암살을 모티브로 그를 살인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곳곳에 부시 대통령의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결국 영화는 단순하게 부시 대통령을 죽이는 것밖에 없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이면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이처럼 영화는 비교적 소재만 발칙할 뿐 스토리 전개와 묘사에 있어서는 우회적이다.

오히려 <화씨 9/11>보다도 직접적이거나 도발적이지 않다. 하지만 영화의 힘은 강하다. 아마도 '붓이 총보다 강한'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처럼 영화는 실감나는 페이크 다큐를 위해 부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수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하는 등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다큐와 정치스릴러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대통령의 죽음>은 실제 뉴스와 음모론이 펼쳐지는 스릴러를 절묘하게 매치시켜 놓았다. 또한 경호원, 기자, 시위대, 경찰, 그리고 용의자로 오인된 이라크전 파병 군인 등 그들의 증언이 중간중간 삽입되면서 긴박함을 조성하게 만들었으며, 다양한 촬영기법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암살을 극적으로 담아냈다.

그래서 본래 다큐멘터리 형식을 부분 취하고는 있지만 좀 더 사실적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들었다. 허나 영화는 부시 대통령의 죽음 이후에 미국 내에 팽배해져 있는 자기반성에 심취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화는 부시 대통령의 암살과 처음부터 끝까지 “부시 대통령이 세계 평화 수호를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평화는 없다"라고 단정지으며 확고하게 메시지를 던져주고는 있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거기에서 멈춰버리는 느낌이다. 물론 미국인들의 반성이 들어있지만 이것 또한 자신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다만, 영화의 발칙한 상상이 짜릿한 쾌감과 즐거움을 주고는 있지만 더욱더 강할 수 있는 영화의 힘을 키우지 못해 보는 이로 하여금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게 만든다.

■오마이뉴스는 본지와 기사제휴협정을 맺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이준(junpei8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