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재건축 용역·도청 유치 예정지 순위평가 등
당진군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각종 용역이 발주처의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채워져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진군은 지난 10월 시장 재건축 사업에 대해 조합원 보상과 대형마트 유치 등에 대한 법률적, 경제적 타당성 등의 문제가 있다며 재건축 사업을 담당할 특수목적법인의 설립을 백지화했다.
재래시장 재건축 추진위원회와 시행사가 제시한 보상가 250억원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거친 결과 일종의 권리금 성격인 보상금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당진군은 재래시장 재건축사업에서 성공의 관건으로 제시됐던 대형마트의 입점에 대해서도 주품목인 식품이 서로 겹친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재래시장 재건축 사업은 지난 3월에도 ‘재래시장육성 특별법’에 의한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중소기업청의 회신과 감사원의 지적 등으로 인해 잠시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당진시장 재개발 방안 용역 설명회에서 용역업체는 당진시장 재건축의 방향을 중심상권 형성을 위한 대형 유통상가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용역팀은 ‘재래시장 육성 특별법’과 ‘당진군 도시계획조례’, ‘당진군건축조례’ 등을 검토한 후 적정규모와 입점 가능업종 등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1안인 ‘상가전용 건축물’과 제2안인 ‘상가전용+주상복합 건축물’을 제시했었다.
물론 이 당시 용역내용에서 보상금을 줄 법적인 근거가 없다든지, 주품목인 식품이 겹쳐 대형마트의 입점이 어렵다든지 하는 내용은 없었다. 재래시장 재건축사업에 대해 온통 충분히 타당성이 있고 가능하다는 논리로 채워져 있었다.
이 같은 사례는 단지 재래시장 재건축 사업뿐이 아니다.
지난해 충남도청 유치를 위해 당진군이 의뢰한 학술용역 결과, 송산면의 석문간척지가 군내 도청유치 예정지 순위평가에서 제1순위, 면천·순성 일원이 2순위로 결정됐다. 당시 용역팀은 석문간척지의 경우 넓은 평지로 개발 제약성이 거의 없고 국유지로서 토지확보에도 유리하다는 논리를 제시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충남도청 이전 추진위원회가 발표한 도청 이전 평가대상지 6곳에서는 당진군이 당초 1순위로 제출한 후보지인 석문간척지가 제외되고 2순위인 면천·순성 일원만 포함됐다.
송산면 가곡리의 석문간척지가 대상지에서 제외된 이유는 농지로 계획된 규제지역이기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당시 오상기 부군수는 군청 상황실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송산면 가곡리 지역은 농지로서 규제지역이기 때문에 평가대상지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석문간척지의 경우 농지이기 때문에 도청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은 그전에도 제시된 바 있다. 석문간척지는 농지목적으로 공유수면 매립이 승인된 데다 농지기금에 의해 전액 국비로 개발됐기 때문에 타 용도로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농림부의 한결같은 입장이었다.
실제로 2003년 11월 농림수산부 용수과의 담당자는 관광레저단지 조성과 관련된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농지조성 목적으로 개발된 석문간척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었다.
지난해 12월 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최동섭 의원은 “가곡리의 석문간척지는 농업진흥지역으로 토지이용에 규제를 받고 있고 더욱이 올해 준공 예정인데 어떻게 후보지로 가능한가”라고 따져 물은 바 있다.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한 당진군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최 의원의 질문에 대해 당진군은 “김포매립지나 서산 B지구처럼 석문간척지도 용도전환이 안 된다는 법은 없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당진군이 실시하는 각종 용역의 대부분이 지자체 입맛에 맞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어 용역이 순수한 타당성 검토보다는 자신들의 명분을 뒷받침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용역을 발주처의 의도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는 비단 당진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자체나 정부에서도 발견돼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일보는 지난 10월 “특정 연구기관 및 대학 교수에게 정책연구 과제를 몰아주는 ‘코드 발주’는 물론, 보고서 내용마저 정부 입맛에 맞춰 변질되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이처럼 정부 정책의 개발 및 활용 과정이 ‘지식 하청’에 비견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고 정책보고서 상당수가 왜곡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하청→보고서 왜곡→정책 실패→국가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