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시작하자마자 충청권에서 유일한 대권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의 불출마선언이 정계를 강타했다. 고건 전 총리의 출마포기 이후 모든 면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범여권후보로 거론되며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의 불출마선언으로 대권구도는 추측이 어려운 안개 속에 갇히게 됐다.

더구나 현실정치의 두터운 벽을 실감했고 정치세력화를 이끌 본인의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정운찬 총장의 불출마선언의 변은 앞으로 비정치인들의 정치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들 사실상의 포기선언으로 들린다.

범여권의 유일한 대안으로 비쳐졌던 정운찬 전 총장의 매력은 충청권 출신으로 때묻지 않은 이미지와 호남과 충청을 묶을 수 있는 지역구도를 바탕으로 한나라당후보와 겨룰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5개월간의 여론조사에서 1∼2%대의 낮은 지지율과 현실정치에서 자기위치 확보를 비롯한 정치세력화 조성의 어려움이, 결국 포기하게 만든 주원인일 것이다.

4·25재보궐선거에서 심대평 전지사가 충청 인물론과 한나라당 대권후보의 이전투구에 염증이 난 국민들의 실망속에 압승하며 꺼져가는 국민중심당을 기사회생시켰다. 심 전지사는 낮은 정당지지도의 정당이지만 김종필 총재 시절 자민련에 버금가는 충청권 정당을 목표로 흐트러진 세력을 다시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신국환 공동대표의 탈당과 이인제 의원의 신당참여 등으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심 전지사의 당선으로 대전·충남에서는 국민중심당이 정운찬 전총장과 연대하고 거기에 호남 민주당까지 참여한다면 열린우리당을 배제한 범여권의 통합세력과 정 전총장의 신선미가 합쳐져 파괴력있는 대선구도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 게 사실이었다.

정 전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도입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사실상 급조된 상황에서 나온 제도로 그 본뜻은 당원이 아닌 일반국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를 당의 후보로 선출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당내에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은 후보가 없다는 의미로, 엄밀히 말하면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해 존재하는데 정당 내에 마땅한 후보조차 없다면 이는 분명히 큰 문제가 있는 정당이라고 스스로 치부를 공개하는 행위다.

물론 덕망있는 인재를 널리 구한다는 좋은 취지도 있지만 정 전총장처럼 본인은 극구 사양하는데 억지로 끌어다 전국여론조사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서 분석하고 미래상황을 추측한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매일 언론에 나오게 되는 상황도 어찌 보면 이번 사태처럼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정총장 이후에 또 누구를 내세워서 대권후보로 만들 것인가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식상해진다.

정치는 합치고 모아서 세력화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속에 여론조사도 하고 검증도 받으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 필요하고 그래서 정당 내에서의 경선이 존재하는데 정 전총장처럼 본인은 나서지도 않는데 억지로 끌어낸다는 것도 분명 문제는 있다. 본인이 확실하게 정치참여 의사를 밝히고 자기가 판단해서 정당을 선택하고 그 정당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런 후에 어떤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당내 다른 경쟁자와 떳떳하게 경선을 펼쳐 이기고 나서야 비로소 그 선거의 출마후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런 과정으로 출마자가 정치세력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하니까, 또는 국민들의 지지가 많다고 독자적인 창당을 추진하다 보니 현실정치의 벽이 두텁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선진국이라는 미국의 대선과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대통령이 민주당, 공화당이라는 변치 않는 2개의 정당에서 치열한 당내후보경선 및 전국 예비선거를 거쳐서 탄생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인기있는 대선후보라도 독자창당해서 출마하는 일이 드물고 설사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당선되기는 더더욱 어려운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근대 민주주의가 들어와 반세기가 지났고 현재는 독재도 아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뿌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당내경선보다 독자창당 내지는 당을 깨고 헤쳐모이는 구태가 만연하는 상황이 재연되고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들도 이런 행위를 너그럽게 봐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두 후보들의 인기를 믿고 오만하게 동한다는 국민들의 심판으로 이번 4·25재보궐선거에서 참패의 철퇴를 맞아 내홍을 겪고 있다. 손학규의 탈당으로 누가 나가도 이긴다는 예측이고 상대방이 없는 상황에서 과당 경쟁이 되다보니 국민들의 눈에 집안내 당파싸움으로 비쳐지면서 대전에서는 국민중심당이 공천비리의 존재확인에 자치단체장선거는 한나라당에 공천신청했다가 떨어진 대부분의 무소속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로 민심은 대답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전국6곳 자치단체장 후보중에 유일하게 한나라당후보가 당선된 곳이 인근 서산시장 선거다. 아마도 당내 기반은 없지만 가장 깨끗하고 행정경험이 풍부한 부시장 출신의 유상곤 후보를 공천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빙을 펼친 무소속 이복구 후보가 국민중심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후 공천을 신청했으나 공천되지 않을 것 같자 바로 탈당하는 악수를 두는 혜택을 본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 유력대권후보의 한사람이었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탈당 후 칩거하다가 어제 선진평화포럼을 시작으로 다시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현재도 범여권의 후보로 지지도가 가장 높은 상황이어서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한나라당에서 경선참여 후 차기정권 또는 당에서 일정역할 후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정석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정운찬 전총장의 불출마선언 이후 문국현 같은 새로운 얼굴이 또 나올지, 충청권은 어떻게 될지, 열린우리당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누가 될지, 신당과 민주당에서는 어떻게 합종연횡이 일어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처럼 경선후보가 나와서 진행되는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과정도 유심히 보고 이들 후보간의 치열한 경쟁도 재미있게 지켜보자. 오리무중의 안개정국 속에도 가능성은 많지 않겠지만 바락 오바마같이 혜성처럼 등장하는 젊은 신예도 대선 흥행에는 필요하다. 더 절실한 것은 한나라당후보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같이 엎치락뒤치락할 다른당 후보의 출현인데 여하튼 인상쓰지 말고 재미있는 표정으로 대권경쟁을 지켜보는 5월이 되기를 기대한다.

※본 기고는 필자의 사견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