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내에서 유일한 민간RPC인 대호지면 가나안RPC의 모습. 정부에서 예산지원을 당근으로 내놓으며 군내 농협들의 RPC통합을 계속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물밑에서만 통합논의만 진행되고 있다.
▲ 군내에서 유일한 민간RPC인 대호지면 가나안RPC의 모습. 정부에서 예산지원을 당근으로 내놓으며 군내 농협들의 RPC통합을 계속 유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물밑에서만 통합논의만 진행되고 있다.

편집자주

군내에는 송악·합덕·신평·면천·송산·우강·고대·석문농협이 각각 미곡종합처리장(이하 RPC)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식인가를 받지 못한 대호지면 송전리   민간RPC인 가나안RPC가 운영중이다.

최근 정부에서 RPC에 지원되는 예산을 무기로 각 시군단위별로 1개의 RPC로 통합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당진군도 이에 따라 ‘비상’이 걸린 상태다. 얼마 전 민종기 당진군수가 담당 공무원과 함께 농업예산 확보를 위해 농림부를 방문했으나 오히려 RPC통합부터 하라는 요구를 받을 정도로 군내 농협의 RPC 통합문제가 점점 시급하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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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C, 농협의 ‘계륵’

RPC는 운영주체인 농협의 ‘계륵’과도 같은 존재다. RPC를 운영중인 8개 농협 중 수익을 내는 농협 면천농협 단 1곳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나머지 농협은 매년 최소한 3억원 내지 4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부분의 RPC가 지어진 지 10여년이 넘어 대규모 시설개보수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농협들에게 RPC는 커다란 재정적인 부담이다. 반면 RPC를 포기할 경우 농협은 대표적인 지도사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서 농민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특히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가까운 RPC에서 도정하고 판매하는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자기 지역의 RPC가 사라지는 것을 쉽게 용납하기 어렵다. 선출직인 농협 조합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이다. 즉, RPC는 큰 재정적 부담을 안기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인 셈이다.

당진군, “우선 4개를 줄인다”

당진군은 농림부에서 권고하고 있는 시군 단위별로 1개 RPC운영 기준에 대해 우선 8개 RPC를 4개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군청 농산과 우희상 농산물유통팀장은 “정부의 권고안은 시·군당 1개 RPC지만 전국 쌀 생산량 1위인 당진군의 특성을 감안해 권역별로 2개 혹은 3개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최대 3개만 RPC 형태로 운영하고 나머지 시설은 저온저장창고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인접한 지역농협의 RPC 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우희상 팀장은 “예를 들면 석문농협RPC와 송산농협RPC를 통합하거나 우강농협RPC와 면천농협RPC를 통합하는 것”이라며 “석문과 송산의 경우는 어느 정도 합의점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 “지역농산물 경쟁력 떨어질 것”

이에 반해 각 지역농협은 RPC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쉽사리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충남RPC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면천농협의 이길조 조합장은 “정부에서는 내년까지 통합하지 않으면 당장 예산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며 “통합은 해야 하는데 통합의 방법과 과정 등에 대해 군과 농협조합장들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조합장협의회장인 석문농협 김득환 조합장은 “RPC통합이 필요하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나 과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며 “반면 RPC를 통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득환 조합장은 “RPC를 통합하면 지역에서 도정이나 판매를 하던 농민들이 당장 불편을 겪게 되며 농협이 일정 부분 가격을 부담하고 RPC를 통해 싸게 출하되던 농산물의 가격이 당장 올라가기 때문에 농산물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통합이 농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지 피해주게 된다면 쉽사리 시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쌀을 RPC를 통해 출하하면서 시장에 싸게 내놓고 있는데 RPC가 광역화되면 이와 같은 강점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앞으로는 납품기준 맞춰야 경쟁력 갖춘다”

반면 10여년 이상된 RPC의 시설로는 도시민들과 대형마트 등의 납품처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얼마 전 미국과 유럽 수출을 성공시킨 송산농협의 경우 RPC 시설 개선에 수 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송산농협 장정식 조합장도 “미국과 유럽 수출 성공을 위해 직원들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무엇보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시설 개보수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수출용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같은 ‘빅마켓’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품질도 좋지만 안전한 쌀을 생산해야 한다는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농산과 우희상 농산물유통팀장은 “군내 RPC에서 생산되는 쌀을 팔고 싶어도 대형마트 구매담당자들이 RPC 시설을 견학한 후 한결같이 시설의 노후화를 이유로 안전성을 의심하고 있다”며 “시설 개보수에 투자하는 비용보다 RPC통합에 투자되는 비용이 더욱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RPC통합, 진지한 논의 자리 필요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 등 농협의 RPC의 통합의 필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마당에 통합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장단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자리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환 쌀전업농 당진군연합회장은 “RPC로 인해 발생하는 농협의 적자는 결국 농협의 부실로 이어지고 조합원까지 피해를 입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농민단체와 군 관계자와 농협 임직원들까지 참여해 논의하는 진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