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길조(吉鳥)로 여겨지던 까치가 언젠가부터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유해조수로 분류되고 있다. 산란하기 위해 전주 위에 둥지를 틀어 불시정전 같은 전력사고를 일으키거나 배와 사과 같은 과수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당진지사도 까치로 인한 전력사고를 막기 위해 내년 1월부터 3월말까지 엽총으로 까치를 잡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계획에 따라 지난해에 군 전역에서 1만2천여 마리의 까치가 구제됐고 올해엔 7천2백여 마리의 까치가 구제됐다. 당진 전역에서 서식하는 까치의 숫자가 2만여 마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더욱더 우려되는 것은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까치구제가 이뤄질 경우 앞으로 또 다른 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까치는 유해조수 중에서도 최고의 난제이다. 과수농가들은 까치의 존재를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1년 농사의 10% 정도가 까치밥이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까치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배나 사과를 먹지 않았다. 주먹이인 청개구리가 사라지면서 배나 사과 같은 다른 먹이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까치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변화한 습성이 인간과의 전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의 생태계에서 까치와 까마귀는 먹이피라미드의 최상위포식자에 해당된다. 까치를 잡아먹는 새매나 참매, 수리부엉이, 올빼미 등이 급격한 산업화의 영향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까치와 비슷한 영역에서 경쟁하던 까마귀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까치의 득세에 일조를 하고 있다. 길조(吉鳥)로 여겨지던 까치와 달리 까마귀들은 나쁜 조짐으로 여겨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시달림을 받은 결과다. 전력사고나 과수농가 피해는 이렇듯 까치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불거졌다. 이제 와서 까치를 구제하기 위해 엽총을 들었지만 실상 이 모든 문제들은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들이 자초한 것이다.
까치를 퇴치하기 위해 엽총과 그물망, 삼각반사경, 전파 퇴치기, 심지어 죽은 까치를 매달아놓는 위협전술까지 활용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또한 까치는 생태계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영리하기까지 해서 어떤 퇴치작전에도 쉽게 적응한다. 까치와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선 생태계의 복원에 초점을 맞춘 대응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우선 무엇보다도 생태계를 고려한 개발이 이뤄져야 하고 자연친화적인 농업을 계속 연구하고 보급시켜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까치의 먹이인 곤충들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과수농가에 대한 피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까치를 구제해야 할 경우도 있다. 만약 까치의 개체수가 너무 많아 적당한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먼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일련의 집단이 해당지역에 대한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이후에 조사결과를 토대로 계획적인 구제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오는 1월부터 한국전력 당진지사에서 실시할 계획인 까치구제작업도 생태계의 균형을 염두에 두고 지혜롭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전주에 둥지를 짓거나 전력사고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까치를 구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까치 구제사업을 위탁운영해 한 마리당 얼마 하는 식으로, 또는 일당 얼마하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까치를 사냥한다면 생태계의 불균형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