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작가 위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서다. 킥킥거리며 웃다가 어느새 주루룩 눈물 흘리며 읽었던 ‘허삼관 매혈기’ 이후 십년만에 나온 작품이 <형제>다. 여기서도 작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3권짜리 소설을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고백컨대 나에게 중국소설은 언제나 혼란스럽다. 김용의 무협지 ‘사조영웅전’에서부터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는 물론 위화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의 소설속 인물들은 도대체 그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 사고방식이라는 서양중심의 일관된 학교교육을 받은 나로서는 그들의 행동에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바둑 두는 여자’, ‘측천무후’로 인정받은 중국의 젊은 여류작가 샨사의 작품에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혼란스러움이 없다. 중국사람들 이야기를 썼지만 어려서 유럽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활동한 탓일까? 중국소설을 읽으면 마치 천안문과 자금성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무지막지하게 넓고 긴 대로를 보며 아득한 탄식을 쏟았던 경험과 같은 어지럼증 같은 증상을 겪는다. 스스로를 대국, 대인이라 여기는 중국사람들은 대체 어떤 이들이란 말인가?

어쩌면 아무리 많은 책들을 읽어도 그들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디서 싸움이라도 붙었다면 만사 제치고 자리 깔고 앉아 대놓고 구경하며 낄낄거리고 즐거워하는 그들의 마음속에 또 어떤 다른 면이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형제> 는 과장된 풍자로 현재의 중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70년대 문화대혁명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적 간극과 동부와 서부지역의 경제적 불균형, 심한 빈부차가 존재하는 현실적 간극을 두 형제를 통해 동시에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아주 재밌고 또한 가슴 아프게 말이다.

또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마치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연상시키는 걸쭉한 입담이다. 그들이 침을 튀며 내뱉는 일상의 욕지거리는 오묘하다 못해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그 적나라한 욕지거리가 오히려 소설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으니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다.

내가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던 시기의 대부분 동안 우리나라는 적어도 경제적으로 중국을 앞선 시대였다. 중국에 가서는 우리나라 돈 몇푼을 가지고도 여유롭게 지갑을 풀며 쇼핑하고 일을 부리며 은근한 거만함까지 즐기는 행복을 가질 수 있었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중국은 엄청나게 변했고 지금도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변했느냐면 1960년대 태어난 중국인에게 유럽에서는 사백년 동안 겪었을 천태만상의 경험을 단 사십년만에 경험할 수 있게 했을 정도라고 한다.

국내, 일본, 서구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무섭게 용틀임하는 중국 안에서 그들만의 고민과 문제점을 깊이있고 생동감있게 보여주는 현대의 중국작품들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출판물들이 서구사회의 것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현실에서 위화 정도의 소설 몇 권을 읽어두는 것은 어쩌면 선택이 아니라 의무사항인지도 모르겠다. 거기에다 재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형제>를 읽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형제

지은이 위 화 | 출판사 휴머니스트 | 가격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