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져 온 직장인 밴드가 합덕에도 있다. 7080 음악을 추구하는 이들은 바로 지난 16일 저녁 합덕 소들공원을 뜨겁게 달궜던 한여름 밤의 7080 락 콘서트를 주최한 S.P.R이다. 언뜻 보기에는 배 나오고 머리숱 빠진 아저씨들 같지만 겉모습만으로 이들을 평범한 아저씨로 판단했다면 오산이다. 일단 무대에 올랐다 하면 프로 밴드 못지않은 퍼포먼스와 현란한 악기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S.P.R은 9년 동안 합덕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순수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다. 합덕중 33회 동창생 4명으로 시작한 S.P.R은 지난해 젊은 피를 수혈해 S.P.R 2를 결성하고 90년대 음악까지 다루기 시작했다.
공연을 마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S.P.R 연습실을 찾았다. S.P.R(Spare Part Room, 부속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동호회는 9년 전 윤석준 회장이 운영하던 카센터 부속실에서 시작됐다. 이후 대건노인대학 지하실로 연습실을 옮기고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지역 선후배들로 구성된 S.P.R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가족 같은 끈끈한 정과 의리다. 멤버들이 새로 추가되기는 했어도 중간에 탈퇴하고 나간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한창 사회활동으로 바쁠 30~40대 멤버들이 변치 않고 9년 동안 밴드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음악에 대한 열정을 지지해 준 가족들의 도움도 컸다. 공연 때면 아내와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님까지 공연장을 찾아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밴드를 처음 창단할 때부터 가정을 가장 우선시 하자고 약속했던 것이 가족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다.
윤석준 회장은 “연습실에 오기 전에 아이들 밥도 챙겨주고 청소도 해 놓고 온다”며 “가정을 우선시 하고 그 다음에 취미생활을 하자는 처음의 약속이 지켜져 멤버들 모두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멤버들 간의 끈끈한 정은 지역사회에서 기반을 잡고 일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주기도 했다. 음악으로 뭉친 남자들의 우정 때문에 이사도 가지 않고 인근지역까지 출퇴근 하는 멤버도 있단다.
밴드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는 이동근 씨는 “천안이 고향인데 직장 때문에 합덕에 왔다가 밴드 활동을 하면서 계속 합덕에 살게 됐다”며 “힘든 일도 있었지만 음악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년멤버인 조영동 씨도 “10년 동안 서산으로 출퇴근을 하면서도 이사를 가지 못하고 합덕에 남은 이유가 밴드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한창 바쁠 때는 강원도에서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 합덕에 와서 한두시간 연습을 하고 다시 새벽에 강원도로 올라갈 만큼 밴드활동에 열정을 갖고 있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박서준 씨는 “좋은 사람들과 음악을 함께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남자나 여자나 먹고 사는 일에 바빠 자신을 돌아보거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악보도 볼 줄 모르던 남자들이 모여 지하실에서 도레미파솔 음계를 하나씩 익혀 수백명의 관객 앞에서 몇 시간 동안 공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놀랍기까지 할 정도다. 무엇보다 ‘가정을 최우선시 한다’니 박수가 절로 나온다. 우스갯소리 삼아 정보 하나를 덧붙이자면 멤버들 중에는 아직 ‘총각’도 있단다. S.P.R의 희망사항은 환갑 때 손자손녀들 앞에서 멋진 환갑 기념 콘서트를 여는것이다. 머리 희끗한 할아버지들의 열정적인 무대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