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시40분 : 서해대교 건너며 탄식, 결의 다져
지난 13일 아침 7시40분, 텅 빈 삽교천 관광지 버스 주차장. 45인승 대형버스의 시동 거는 소리가 적막한 아침 공기를 가른다. 버스에는 송악, 신평 어민들을 비롯해 환경단체, 시민단체 관계자와 지역 주민들이 탑승했다. 운전자 옆 보조석까지 빈자리 없이 꽉 찬 만원버스다. 버스는 전국에 추진되고 있는 조력발전소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모두 모여 반대 집회를 열기로 한 서울시청 광장을 향해 달렸다. 아산만조력댐 건설 반대 당진군대책위원회(이하 아산만조력댐 당진대책위) 유종준 사무국장이 마이크를 들었다. 조력발전소 추진 경과부터 대책위 구성에 이르기까지 지난 반년 동안의 진행상황이 보고됐다. 지경석, 김정환 위원장과 최윤호 전 부수리 이장 등이 이어 마이크를 잡고 아산만조력댐 건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경석 위원장은 “이철환 군수와 대책위의 면담에서 재정 지원과 군청 실무자 참여 지원을 약속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버스가 출발한 지 14분이 지났을 때 서해대교에 진입했다. 왼편 창문 밖으로 서부두가 보이자 주민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어느 누군가의 한숨 소리도 들렸다. 대우건설과 한국동서발전은 서부두와 부곡공단을 댐으로 막아 아산만조력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9시40분 : 서울시청 광장에‘조력댐 NO’인간 글씨
2시간 만에 버스는 서울시청 광장에 닿았다. 당진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오전 10시도 되지 않은 시각인데도 햇볕이 따갑다. 버스에서 내린 주민들은 그늘을 찾아 들어가기에 바쁘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는 무더위다. 이날 서울 낮 최고 온도는 33℃.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당진 주민들에 이어 서산, 인천, 강화, 평택, 아산 주민들이 속속 도착했다. 서울시청 광장 잔디밭,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 주민 8백여 명이 모였다.
10시20분 : “죽음의 발전 조력발전 즉각 중단하라!”
본격적인 집회는 10시20분부터 시작됐다.
“죽음의 발전 조력발전 즉각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주민들의 목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마지막 남은 서해안의 갯벌에 댐을 건설하려는 정부와 대형 건설업체를 규탄한다”며 “조력발전소 건설은 바다의 4대강 사업”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지경석 아산만조력댐 당진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신재생에너지를 가장해 얼마 남지 않은 갯벌을 훼손하고 어민들의 생계와 생태계를 위협하는 조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며 “끝까지 싸워 후손들에게 건강한 자연을 물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덕 아산만조력댐반대 아산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아산만에 계획 중인 조력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생산량은 당진화력발전 생산량의 1.7%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그런 비효율적인 발전소를 짓기 위해 바다와 어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볕더위에도 주민들은 “조력댐이 신재생에너지로 위장해 바다와 어민의 생명을 앗아가려는 위험한 발전 방식임”을 강조하며 반대 투쟁 구호를 목 놓아 외쳤다.
전 강화환경농민회 회장인 김정택 목사는 이날 선언문에서 “전국대책위원회는 철저한 검토와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조력발전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이후 신재생에너지법에서 조력발전을 제외시키고 조력댐 백지화를 실현하기 위한 전국 대책 기구를 결성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노래패와 풍물패 등의 문화공연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을 비롯한 정당 관계자의 연대발언 등이 이어졌다.
11시50분 : 서해안 어민들 명동성당까지 행진
집회를 마친 주민들은 명동성당까지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때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거리에 쏟아져 나온 서울 시민들의 이목이 행진 행렬에 집중됐다.
양복을 입은 한 서울 직장인의 “조력댐이 뭐야?”라는 혼잣말이 행진행렬이 외치는 “생태계 파괴하는 조력댐 백지화하라”는 구호와 한데 섞였다.
행렬은 인파로 붐비는 명동거리를 지나 명동성당 앞에서 멈췄다. 성당 앞에 자리를 잡은 주민들은 다시 한 번 목 놓아 “환경파괴! 조력댐 반대!”를 외쳤다. 마무리 집회까지 마친 12시40분 집회 행렬이 해산됐다. 참여 주민들은 조력댐 백지화를 위한 전국 대책위원회를 꾸려 끝까지 막아내기로 결의를 다지고 각자의 생계터전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