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후, 심재호 씨가 필경사를 찾았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꼭 할 일이 있다고 했다. 필경사 주차장에 내린 그는 관리사무실에서 망치를 빌렸다. 그리고는 곧 <상록수>와 자신이 태어난 필경사 문 앞에 섰다. 그가 가리킨 것은 문 옆에 가지런히 달린 필경사 문패였다.
“이건 아버지가 달아 놓은 게 아니에요. 훗날에 다른 이가 새겨서 걸어둔 것이지. 아버지가 직접 필경사(筆耕舍)라 이름 짓고 나무에 새겨 걸어둔 건 사실 내가 해먹었어요(웃음). 어렸을 적에 말이요, 우리 큰 집 다락에 지금껏 보다 작은 문패가 있었는데 내가 가져다 잣치기하고 가지고 놀다 없애 버렸지. 그땐 어려서 알았나, 뭐. 그러니까 오늘 내가 다시 새겨다 걸어 놓는 거예요. 내가 없앴으니 내가 다시 걸어 두어야지.”
어린시절 뭣 모르고 갖고 놀다 없애버렸다는 그의 말은 물론 사실이겠지만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한문이 익숙지 않은 요즘 사람들이 필경사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바로 알았으면 하는 것이 더 클 터다. <필경사>라고 한글로 적은 팻말 말고 <심훈의 집>이라고 따로 글씨를 새겨 온 것을 보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