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회신평은수교회 담임목사

실패기념일

사람은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에서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지구상 대부분의 민족들은 실패한 날 보다는 성공이나 승리한 날을 기념하고 축하한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좀 다르다. 저들 민족 최대의 기념은 출애굽 사건이다. 430년동안 애굽의 폭정과 억압밑에서 노예로 신음하던 이 이스라엘 민족의 신음소리를 들으신 하나님께서는 모세라는 인물을 애굽에 파견하여 민족 구출에 나선다.

위대한 민족지도자 모세의 인도를 받아 애굽을 탈출한 출애굽 사건은 이스라엘 민족사에 길이 남는 민족대서사시로서 지금도 이스라엘 최대 명절로 지켜지는 유월절은 이 출애굽 기념일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 기념일은 이스라엘 민족이 노예민족이었다는 수치를 드러내는 국치절이기도 하다. 해마다 유월절이 다가오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한 주전부터 집안에 있는 누룩을 밖으로 다 내던져버리고 선조들이 당한 고난을 생각하며 쓴나물을 씹고 발효 안시킨 딱딱한 빵 맛소가 식탁에 등장한다. 마지막에는 승리를 상징하는 알라라는 차를 마신다.

우리나라도 한일합방의 수치를 당한 8월 29일이 국치일인데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또 지난달인 12월 3일은 우리나라가 IMF에 백기를 든 제2의 국치일이라고 입달린 모든 이들이 입방아를 찧었다. 우리역사 사전에 실패의 사건들이 어찌 이뿐이랴. 문제는 실패의 사건들이 역사의 거울이 되어 현재의 행동지표와 미래방향을 설정하는 자료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금융위기의 홍역은 새로운 미래를 마련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실패기념일이어야 한다.

도대체 실패기념일이란 용어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이스라엘 민족이 다시는 똑같은 실패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해마다 과거의 실패를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저들은 기업가들도 자기 사무실에 사업에 실패했던 때의 계약서를 액자에 걸어두고 열심히 일한다고 한다.

요즘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제2의 국채보상운동들은 우리민족의식이 살아있고 또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증거하는 일로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런 기회에 금융재단 뿐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에 그냥 방치되어 망각의 쓰레기 더미를 이루고 있는 실패와 시행착오의 사례들을 낱낱이 발굴해내서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기 전에 깨끗이 청산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고 절실하다.

특히 사회정화의 가장 중요한 모퉁이돌인 종교계가 부패하여 악취를 풍기고 있음은 내남작없이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 어디에서나 옛 실패를 교훈삼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격언은 만고의 진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