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만 해결해주면 80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겠습니다.”
윤창중 청와대대변인이 대사관 인턴을 성추행하던 지난 5월 8일, 미국 상공회의소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너럴모터스(GM) 댄 에커슨(Dan Akerson) 회장이 던진 말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통상임금의 문제는 GM만의 문제가 아니니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화답했다.
오랫동안 수면에 가라앉아 있던 통상임금 문제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사회적으로 공론화 된 것이다. 진작 털고 가야할 당연한 문제인데 대통령과 GM회장 덕에 공론화 되었으니 두 분께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법으로 정한 노동시간 내에서 서로 노동의 대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통칭한다. 통상임금은 잔업이나 휴일, 특근 같은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통상임금의 정의에 대해 1988년에 발표한 노동부의 행정지침과 대법원 판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노동부는 기본급만 통상임금에 포함시킨 반면 대법원은 법문 그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금액을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왔다. 정기 상여금은 물론 육아수당, 식비, 명절휴가비 등도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것이 그동안 누적된 대법원 판결이었다. 그러니 대법원 판례를 준수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노동부의 행정지침을 따라야한다는 고용주들의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법을 개정하지 않았고 행정부는 지난 25년간 4번이나 관련법 개정을 하면서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된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수용하지 않았다. 통상임금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과 분쟁을 방치하고 가중시킨 책임이 국회와 행정부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 통상임금문제를 어떻게 하면 될까?
대법원의 판례대로 통상임금을 우리 사회가 수용하면 된다. 모든 임금은 사실상 근로의 대가이며 고정적 상여는 당연히 ‘소정’노동에 대한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안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면 작금의 내수부족문제를 즉각적인 내수증대로 돌파해 경기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노동자에 대한 추가적인 임금상승은 곧바로 유효수요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재정위기로 불황에 빠진 유럽경제를 타개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는 작금의 ‘이윤주도 성장모델’을 ‘임금주도 성장모델’로, ‘고용 없는 성장’을 ‘고용 친화적 성장’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임금주도 성장모델은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의 증가가 곧바로 소비지출로 연결되어 역내시장을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기술진보를 촉진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윤창중 소동 때문에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던 통상임금문제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실상 첫 번째 의제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100일, 고용만 있고 노동은 없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와 똑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기업친화적 정책을 노동친화적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이게 바로 경제민주화요, 창조경제의 첫걸음이다. 대기업의 수출을 늘려서 파이를 키우면 구성원이 모두 잘 살게 된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사라졌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