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 불가 발길 돌리는 손님들

개시 못하고 문 닫는 날 숱해

상인들이 점포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임시휴업’이라고 현관에 써 붙인 글씨가 현관에 쓸쓸하게 붙었고 팔리지 않은 물고기들은 수조에서 배를 뒤집고 죽어가고 있었다. 상인들은 언제까지 손 놓고 장사가 잘 되기를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 당진시 수산물유통센터(이하 수산물센터)가 장고항에 문을 열었다. 왜목마을이 인근에 있고 장고항도 관광지로 주목 받으면서 많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회를 팔 수 있을 거라는 핑크빛 전망으로 가득했다. 더구나 국가어항으로 지정돼 금방이라도 개발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1년 3개월이 지나도록 수산물 유통센터에는 상인들의 시름만 가득하다. 이들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연간 300만 원의 세를 내고 들어왔다. 거기에다 매월 관리비로 35만 원에서 40만 원이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자리세와 매달 관리비에 물고기 값까지… ‘빚더미’

건어물가게와 슈퍼를 포함해 모두 22개의 상점이 3년을 계약하고 입주했다. 그러나 문을 열고 제대로 운영했던 가게는 14개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최근 경기침체, 장마철, 비브리오균 발생 등과 겹치면서 하루에 손님이 10팀도 찾아오지 않았다. 주말조차 개시도 못하고 문을 닫는 일이 잦았다.

상인들은 매일 매일 근심걱정, 푸념을 늘어놓는 일이 일상이 됐다. 그러다가 지난 11일 회의 결과 만장일치로 상인 모두 가게 문을 닫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상인 중에는 식당 일을 나가는 사람도 있어요. 버젓이 가게를 두고도 식당일을 해서 여기 관리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 농담이 아니라니까요.”

A씨는 수산물센터가 생기기 전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해 왔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실치가 나는 철에 한두 달 잠깐 일했지만 그는 연중 포장마차에서 회를 팔았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말 할 수 없이 손님이 줄었다. 매번 인근 횟집들과 갈등을 겪어야 했던 불법포장마차들이 없어지고 좋은 시설에 입주했지만 돈벌이는 형편없이 줄었다. 그는 “1년 동안 계속 빚만 지고 있다”고 말했다.

B씨도 마찬가지다. 횟감을 떼다 파는 그는 여러 종류를 갖춰 놓아야 그나마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매주 100만 원 어치의 횟감을 떼 왔지만 팔리지 않았다. 싱싱하지 않은 물고기를 팔 수 없어 다음 주가 찾아오면 또 다시 물고기를 들여왔다. 결국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매운탕 못 끓이는 생산관리지역

상인들은 이곳이 침체되는 원인으로 조리가 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현재 이곳은 생산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어떤 조리행위도 할 수 없다. 시와 인근 상인들의 배려로 간신히 회를 떠서 포장해 주거나 먹고 갈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을 마련돼있지만 관광객들은 밥도 먹을 수 없고, 매운탕도 먹을 수 없는 수산물 센터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누가 봐도 관광지인 이곳에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수산물만 파는 시장이라니요. 말이 되나요? 회를 판매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으니 시청 직원들조차 이곳에 회를 먹으러 오지를 않아요. 시에서 지어만 뒀지 상인들보고 알아서 살라고 버려 둔 것 같아요.”

그동안 상인들은 없는 돈을 모아 신문과 버스에 광고도 내보고 현수막도 수십 개씩 만들어 내다 걸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운탕은 끓여 줄 수 없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하루하루가 힘들다”

당진시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자체는 5년마다 관할구역의 타당성 여부를 재검토해 정비하도록 돼 있다. 당진시 역시 현재 도시관리계획 용역이 착수된 상태로 2015년에 용도변경을 할 수 있다. 현재 생산관리지역이 계획관리지역으로 바뀌어야만 수산물센터 내에서도 조리가 가능해 진다. 국가어항 지정에 따른 건설공사는 올 10월 착공될 예정이다.

당진시는 상인들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하지만 상인들은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다.

당진시청 손승하 농수산유통과장은 “휴업을 해서 가게 문을 닫을 게 아니라 두어 집이라도 문을 열고 장사를 해야 손님들이 찾을 것”이라며 “시에서 앞장서서 공무원들이 수산물센터를 이용하도록 적극 유도하고,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