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대건노인대학을 설립해 23년째 노인 복지에 힘쓰고 있는 서금구(82) 학장이 퇴임을 바라보고 있다.

서 학장의 고향은 예산군 덕산면으로 그가 당진에 정착한지도 어느 덧 30년이 됐다. 57세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서 학장은 각 마을의 노인회관을 찾았다.

“부락마다 경로당이 있고 마을회관이 있지. 당시 144개의 노인회관이 있었는데 한 100여 곳 정도 돌아 다녀봤지만 대다수 풍경이 비슷했지. 농사철에는 문 닫아 놓기가 일수였고 많아야 2~3명의 노인들이 앉아 술을 마시거나 화투를 치는 게 고작이었어. ‘옳지~ 이거다’하는 생각이 번쩍 떠올랐지.”

화투치고 술마시던 노인들 변화

서 학장은 노인들을 어떻게 사회로 이끌어 낼까하는 생각 끝에 ‘노인교육을 시작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퇴직금이며 자신의 사비를 탈탈 털어 5000만 원을 모았다. 합덕대건노인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노인학생 1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했고, 당시 신협 이사장에게 부탁해 신협건물 2층을 무료로 빌려 각종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기 위해 합덕대건노인대학이 새겨진 가방과 모자도 제작해 지급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길가의 전봇대며 나무에 합덕대건노인대학의 깃발도 달았다. 가방을 들고 모자를 쓰고 기대감에 부풀어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면 서 학장도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서 학장은 공주대학에서 교수들을 강사로 초청해 수업을 진행했다. 당시 자신의 개인차량으로 강사들을 직접 데려오기도하고 강의를 마치고 데려다 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물론 강사료도 자신이 모아 놓은 5000만 원을 이용해 지불했다.

“20여년 전에는 노인의 30%가량이 무학이었지. 그나마 공부를 했다하는 사람들도 초등교육이 전부였을 때니까. 어려운 형편에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 했던 시대였어.”

전국에서 견학오는 합덕대건노인대학

서 학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예로운 사람들’이란 제목의 소식지를 발행했다. 학생들이 이야기를 담은 내용의 소식지를 발행하니 이 학생도, 저 학생도 서로가 소식지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다. 소식지를 발행해 구독료로 얻어진 수입을 합덕대건노인대학의 운영비로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소식지의 인기와는 달리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래도 소식지를 발행하는 재미에 푹 빠져 강의를 비롯해 소식지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그러다 보니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던 5000만 원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운영비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찰나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합덕대건노인대학의 견학과 강의를 부탁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 학장은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합덕대건노인대학을 대외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합덕대건노인대학은 전국의 노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힘을 얻은 서 학장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노인복지 관련해서 젊은 사람들도 일을 하고 있잖아. 그런데 노인에 대해서는 노인들이 더 잘 알어. 나는 노인들을 위한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어. 그들이 소외되지 않게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하고자 만든 것이 바로 대건노인대학이여.”

서 학장은 노인대학 설립 당시의 이야기를 꺼내며 지역에 소외된 노인들이 많고 그들은 사람을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합덕에 위치한 대건노인대학에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번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강의와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노인대학을 설립해 지금껏 운영해오고 있는데 여기서 만나는 노인들도 결국 한정돼 있어. 그래서 이곳까지 올 수 없는 곳에 있는 노인들을 찾아 가는 일을 벌였어. 노인대학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한 무의탁 노인 도시락 돌리기 사업이 그중 하나였고 무료 경로식당을 운영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지.”

취미생활로 남은 인생 재미 보며 살고파

그렇게 20여년이 지났을까. 나이도 많이 들었고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해 가을 2학기 수료식을 진행한 뒤 퇴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서 학장은 벌써 2년 전부터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씩 구입하기 시작해 퇴임 이후 읽어 보겠다며 준비해왔다. 특히 하나 남은 재산인 작은 아파트를 정리하고 당진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해 노인들을 대상으로한 교양잡지를 만들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교양잡지의 이름도 ‘백+20’이라고 정해 두었다. 언제 변덕이 생겨 다른 이름으로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그렇단다.

“작은 카메라 하나 들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취재하고 싶어. 앞으로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지만 내가 가장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다 생을 마감하고 싶어 결정한거여. 의무감으로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아.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 교양잡지를 만들며 살아가면 그만이지.”

한편 서 회장은 지난 25일 합덕대건노인대학 1학기 종강식을 겸한 퇴임식을 가졌으며 올해 2학기 일정이 마무리되는 10월경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서금구 학장 약력>

- 1932년 예산군 덕산면 출생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 솔뫼 피정의 집 관리

- 충남 노인대학협의회 회장

- 사설 합덕대건노인대학 설립

- 저서 ‘서금구의 사람아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