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그을린 얼굴이지만 그래도 곱다. 트랙터와 같은 육중한 농기계를 다루기에는 그의 손은 너무 작고 여리다. 그렇게 살아온 게 어느덧 20년.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용숙(53) 씨를 만난 것은 지평선이 보이는 합덕읍 도리 어느 벌판에서다. 모내기가 한창인지라 무척 바빴다. 하루 동안에만 1만6000평에 모를 심고, 이웃까지 도와가며 그렇게 일주일 내내 약 10만 평의 대지에 모내기를 했다.

“그래도 요즘은 기계화 돼서 많이 좋아졌지요. 힘들지 않아요.”

아무리 기계가 일을 한다고 해도 농사일을 하려면 여간 손이 많이 갈텐데 괜찮단다. 신평면 출신인 그는 시골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해왔다. 시집온 뒤에도 농사를 짓는 게 싫지 않다는 천상 ‘시골 여자’다.

흙투성이 장화와 장갑만 아니라면 평생 고운 일만 하면서 살았을 것 같은 모습인데, 혼자 힘으로 트랙터도 몰고, 이앙부터 추수까지 이용숙 씨의 손이 가지 않는 농작업이 없다.

새마을지도자부터 농협이사까지 여러 사회활동을 하는 남편을 위해 이 씨는 선뜻 농기계에 올라 앉았다. 남편에게 투덜댈 만도 하지만 불평 한 마디 없이 늘 즐거운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다.

이 씨는 “제가 일을 하니 남편이 여유 있게 술도 한 잔 할 수 있고 좋다”며 “남편과 같이 일할 때는 능률도 오르고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남편 염규백(57) 씨는 “농사일의 60%는 아내가 하고 있다”고 자랑스레 말하면서도 괜히 머쓱한지 고맙다는 말은 끝내 하지 못했다.

“모든 농민들이 바라듯 올 한해도 자연재해 없이 풍년농사를 지었으면 좋겠어요. 애써 키우는 농작물이 잘 자라는 것 말고는 더 바랄 게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