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립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민영근 전 문화원장이 기증하겠다던 유물 4700여 점을 감정한 결과 불과 4억 원대로 평가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수백 억 원 대를 호가하는 진귀한 유물”이라고 자평한 것과는 터무니없이 다를뿐더러, 총사업비 17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시책 사업인 시립박물관 건립을 정확한 감정 없이 추진해온 당진시도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진시, 폐쇄적 사업 강행

당진시립박물관 건립은 지난 2012년부터 이철환 전 시장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사업으로 “사라지는 지역의 문화를 보존함으로써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목표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감사원에서 “박물관 건립에 대한 타당성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예산낭비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물론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시의원들이 타당성 등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진시에서는 제대로 된 감정평가 없이 이를 강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박물관 건립을 전면 백지화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올해 초에는 당진시의회에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사업이 난관에 부딪쳤다. 이에 면천면 주민들은 시립박물관 건립을 촉구하며 시의회를 항의방문 하기도 했다.

한편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감정액과 기증품 목록 등을 공개하지 않고 전문가의 의견수렴 없이 폐쇄적으로 사업이 추진돼 왔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아미미술관 박기호 관장은 “시립박물관 추진 상황과 기증유물의 가치와 목록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세금을 들여 진행하는 사업이 공론화 되지 않고 폐쇄적으로 진행된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청회 등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도 부족해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30억 원 물거품 되나

이번 시립박물관 추진을 위해서 이미 30억 원에 가까운 당진시 예산이 소모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사업비 166억 원 중 부지매입·실시설계·콘텐츠 개발 용역 등에 25억8700만 원이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향토사료 찾기 및 유물확보를 위해 4000만 원을 썼고, 민영근 전 문화원장이 기증키로 했던 유물을 감정하는 데에 5800만 원의 감정평가비가 들었으며, 민영근 기증유물 전시회를 여는 데에 3700만 원(자부담 700만 원 포함)이 사용됐다.

민 전 원장, 유물기증 안할 수도

당진시에 따르면 민 전 원장은 지난 2012년 12월 당진시에 ‘소장 유물 기증 의향 협약’을 통해 기증 유물 감정가의 10%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받기로 하고 본인이 소장한 유물 4700여 점을 당진시에 기증키로 했다. 이후 대전보건대 박물관에서 1차 감정평가를 진행한 결과 5억 원 미만의 감정가가 나왔다. 기증자인 민 전 원장은 이 결과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감정을 요구했고 A&A문화연구소의 2차 감정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4억 원 대의 감정가가 발표됐다.

그동안 ‘수백 억 원대를 호가하는 진귀한 유물’로 알려져 왔던 것과는 크게 다른 결과에 공무원들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청 지역자원조성과 이운영 전통문화세계화 팀장은 “두 감정 평가 모두 오차범위 내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감정은 없을 것”이라며 “민영근 전 원장에게 결과를 통지했고 유물 기증에 대한 추진방향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무니없는 감정가가 발표되면서 민 전 원장의 유물 기증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크게 점쳐지고 있다. 민 전 원장은 유물 기증의 의향을 밝힌 ‘기증의향협약서’만 체결했을 뿐 완전히 기증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기증의사를 철회할 경우 전시회 개최 및 책자 발간, 감정평가 비용을 비롯해 그동안 유물기증에 사용된 예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시립박물관 건립에도 비상등이 켜진 만큼 그동안 이를 위해 쓰인 총 30억 원의 예산은 그대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유물 기증에 대해 민 전 원장의 의사를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시립박물관 건립 수포로?

이번 사안을 두고 민 전 원장은 물론 대규모 시책 사업을 강행해온 당진시도 지역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합덕수리박물관,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등 기존의 박물관 모두 활성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의회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립박물관을 추진해온데다, 객관적인 타당성 조사와 유물 감정보다 사업을 강행하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당진시의회 안효권 의원은 “시의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진시는 무리수를 두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올해 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 수 있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당진문화연대 조재형 부회장 역시 “민 전원장의 유물기증이 시립박물관 건립을 가속화하는데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 감정결과로 인해 시립박물관 건립의 타당성이 더욱 희미해졌다”며 “박물관 건립은 재검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립박물관 사업, 비용 얼마나 들었나?

총 사업비 : 166억1600만 원

확보 예산 : 78억 원

사용한 예산 : 27억2200만 원

- 신축부지 매입 : 22억 원

- 박물관 기본계획 및 콘텐츠 개발용역 : 1700만 원

- 박물관 기본 및 실시설계 : 3억 원

- 박물관 진입도로 도시계획시설결정 변경 : 7000만 원

- 향토사료 찾기 유물확보 : 4000만 원

- 1차 민영근 기증 유물감정평가(대전보건대 박물관) : 2000만 원

- 2차 민영근 기증 유물감정평가(A&A 문화연구소) : 3800만 원

- 민영근 기증 유물 전시회 및 책자 발간 비용 : 3700만 원

(자부담 700만 원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