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땅 없어 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 문서쪽으로 사 모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과 어떤 인연이란 건 도시 생각지 않구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밖엔 뵈지 않드라. … 땅을 파는 건 그게 하눌을 파나 다름없는 거다. … 땅을 밟구 다니니까 땅을 우섭게들 여기지? 땅처럼 응과(應果)가 분명헌 게 무어냐? … 세상에 흔해 빠진 지주들, 땅은 작인들헌테나 맡겨 버리구, 떡 도회지에 가 앉어 소출은 팔어다 모다 도회지에 낭비해 버리구, 땅 가꾸는 덴 단돈 일 원을 벌벌 떨구, 땅으루 살며 땅에 야박한 놈은 자식으로 치면 후레자식 셈이야.”
이태준의 소설 <돌다리> 중
주름지고 거친 손으로 농민들이 평생 고추 심고, 배추 심으며 살아왔던 밀양 땅에 포클레인과 경찰버스와 헬기가 날마다 드나든다. 주민들은 농사를 포기한 채 몸에 쇠사슬을 묶고 송전선로 건설에 저항한다. 힘없는 노인들은 젊고 건장한 국가권력 앞에 늘 무너지기 일쑤다. 중장비가 드나드는 마을에 통곡소리 가득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내 나이가 어때서, 데모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며 노래 부른다.
어린이책시민연대 당진지회(지회장 박희란)와 당진시 송전선로 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최기환)가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밀양 아리랑’을 상영했다. 지난 8일 당진문예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 이번 영화 상영회에는 당진1·2·3동 주민들은 물론이고 신평면·정미면 등 읍·면 주민들까지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영화 <밀양 아리랑>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박배일 감독이 3년 동안 밀양에서 주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이번 영화 상영회 참가한 시민들은 두 시간 가량 이어지는 영화에 집중하며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최기환 대책위원장은 “신평면 주민들과 함께 밀양에 여러 차례 다녀와 영화가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며 “당진 역시 송전선로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밀양 주민들의 모습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희란 지회장 역시 “당진은 또 다른 밀양일 수 있다”면서 “지역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투쟁을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송전탑 반대시위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밀양 주민들과 활동가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활동도 함께 진행됐다. ‘7650 봉투 나눔 운동’은 1인당 수백 만 원의 벌금형이 예상되는 밀양 주민과 활동가들의 법률 지원에 쓰일 기금을 7650원씩 모으는 운동으로, 모금액 7650원은 765kV의 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를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