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생계에 고향집 무너져

하루 두 끼 감자로, 맨 바닥엔 비닐만

경찰 아버지 전쟁으로 실종 상태

강진이 네팔을 덮쳤다. 지금 네팔은 아비규환의 상태로 연일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강도 7.8규모의 강한 지진이 네팔에서 발생해 현재 사망자는 7675명, 부상자는 1만6390명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가적인 사망자와 부상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이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났다. 건물은 무너졌고 전기와 수도는 끊겼다. 유엔에서는 66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네팔 국민들은 곡괭이와 맨손으로 잔해를 치워가며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무너진 건물 아래 사상자와 실종자가 남겨져 있다.

한편 곧 우기가 시작되는 네팔은 산사태와 전염병 등 제2의 자연재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죽음이 드리워진 네팔, 또 다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다.

네팔에 남겨진 가족

3년 전 한국으로 시집와 현재 대덕동에서 살고 있는 네팔 출신 따망 어니따(25) 씨의 고향은 다닝샘중이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로 3시간30분, 그리고 5시간30분을 걸어야만 나오는 작은 시골이다. 이 작은 마을에도 지진이 덮쳤다. 집이 무너졌고 사람들이 죽었다. 어니따 씨의 집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무너졌다.

고향에는 어머니(38)와 남동생(15)이 남아있다. 가까스로 목숨은 부지했지만 집과 가전도구, 생필품까지 모두 잃었다. 심지어 수도와 떨어진 시골 마을까지 구호물품이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매일이 지옥이다.

현재 어머니와 남동생은 찬 바닥에 비닐을 깔고 잠을 청하고 있다. 밭에서 캐 온 감자로 하루 한 두 끼를 해결한다. 어니따 씨는 “엄마와 동생이 밥이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면서 눈물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네팔은 현재 전기·통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으로 어니따 씨와의 통화도 하루 두세 번 1~2분씩만 가능한 상황이다. 가족을 두고 타향인 이곳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조차 어니따 씨에겐 더 큰 아픔이 되고 있다.

“어니따. 우리는 괜찮아”

처음 어니따 씨가 네팔의 소식을 들은 건 지난달 25일 오후 3시 였다. SNS를 보다 네팔 지진 발생에 대한 기사를 접했고 무너지는 심정을 잡고 엄마한테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는 동안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연결할 수 없다는 통화 안내음만 들렸다.

그 다음날 겨우 엄마와 연결됐고 엄마는 “우리는 괜찮아. 우린 겨우 피할 수 있었어”라는 말을 전했다. 고작 1분 남짓한 통화였지만 가족의 생사를 들은 어니따 씨는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엄마가 보내 준 집의 사진을 본 순간 그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그가 살았던 곳 그리고 엄마와 동생이 지내던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작은 시골이라 잠을 청할 수 있는 곳도, 식당도 없는 것을 알기에 어니따 씨는 눈앞이 캄캄했다.

실종된 아버지와 남겨진 두 가족

어니따 씨는 13년 전 아버지를 잃었다.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는 네팔에서 경찰이었던 아버지는 집을 나선 후 돌아오지 못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실종 상태다. 몇 년간 어머니와 어니따 씨는 아버지를 찾아 다녔다. 하지만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이와 함께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풍족하진 않더라도 부족함 없이 살았다.

하지만 아버지 실종과 함께 집안의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그 후 어니따 씨는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다. 조금이나마 집안에 도움이 될까 싶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반면 네팔에 남은 어머니는 건설 공사장에서 일을 도와 가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15세의 동생은 수도 카트만두를 오가며 학교를 다녔다.

아버지가 없어 지금 당장의 생계조차 이어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까지 무너져 내렸다. 이제 더 이상 어니따 씨는 돌아갈 곳이 없다.

“엄마, 기다리고 있어. 미안해”

어니따 씨가 울었다. 담담히 소식을 전하며 눈물을 꾹꾹 참던 그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엄마와 동생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제대로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는 가족에 비해 자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있다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어니따 씨는 혹시나 엄마에게 연락이 올까 싶은 마음에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다시 편하게 살 수 있어. 걱정 마. 내가 지금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꼭 내가 도와줄 거야 엄마. 그러니깐 건강만 챙기고 기다리고 있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