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9일. A센터장과 농아인협회 문화탐방 답사로 전주와 군산에 다녀왔습니다. 군산과 전주에 가서 답사하고 늦은 저녁에 출발했는데 빨간 불빛이 훤한 홍등가가 보였습니다.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A센터장이 저에게 “저기 뭐하는 곳인지 알아? 거기는 여자들이 몸 파는 곳이야!! 한번 가볼래?”라며 핸들을 꺾기에 저는 당황해 화를 내면서 강력하게 이야기했습니다.
2015년 7월 9일 농아인협회의 한 회원이 단체카톡방에 A센터장과 그의 아내, 저를 초대해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냈습니다. 조금 후에 A센터장도 동영상을 보냈습니다. 재미있는 동영상인 줄 알고 보니 벌거벗은 여자 몸이 나와 불쾌해서 끝까지 보지 않고 채팅방에서 나와버렸습니다.
-피해자 진술 내용 중 일부
당진시수화통역센터장이 직원을 수차례 성희롱한 것에 이어,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피해자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부하며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를 형사고발해 공분을 사고 있다. <본지 제1088호 참조>
농통역사(정식 수화를 배우지 못한 농아인과 수화통역사 사이에서 이들을 통역해 주는 역할) 김 씨는 지난 2013년 10월 당진시수화통역센터에 입사했다. 그동안 김 씨는 센터장 A씨로부터 수차례 성희롱을 당해왔다. 처음엔 ‘작은 터치’들이 ‘가벼운 정도니까’, ‘실수겠거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A센터장의 성희롱 수위는 짙어져갔다.
피해자 김 씨는 자신의 일기에 성적 수치심이 들었던 A센터장의 발언들과 성희롱 사례들을 낱낱이 적어내려 갔다. A센터장은 김 씨에게 가슴 사이즈가 몇인지 묻고, 손으로 허벅지를 스치거나, 다른 직원들의 몸매를 평가하는 등 수차례 성희롱을 일삼았고, 하루하루 김 씨의 일기장은 성적 수치심으로 가득한 김 씨의 분노와 스트레스로 채워졌다.
화살은 피해자에게
김 씨는 성희롱을 당해 왔다며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인 특성 상 음성녹음 등 증거 확보가 어려워 여러 건의 성희롱 사례 중 단 두 건만 성희롱으로 인정됐다. 지난해 12월 A센터장의 성희롱 혐의를 인정한 노동청은 한국농아인협회 측에 A센터장을 징계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A센터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A센터장은 재심을 청구, 해임에서 감봉 2개월로 징계 수위가 낮아졌지만, 노동청이 다시 징계를 권고하자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최종 결정했다. 결국 가해자인 A센터장은 솜방망이 처분을 받을 뿐이었다.
오히려 화살은 피해자 김 씨에게 날아왔다. 김 씨가 성희롱 피해를 문제 삼은 직후 근로 계약 만료기한이 다가왔고, 한국농아인협회 측은 김 씨와의 계약 갱신을 거부했다. 계약을 연장하지 못한 김 씨가 당진시수화통역센터에 찾아오자 A센터장은 김 씨를 업무방해와 무단침입, 그리고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 고발했다. 여기에 한국농아인협회 산하 충남농아인협회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피해자 김 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A센터장 및 충남협회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다며 회원에서 제명키로 했다. 농통역사로 일해온 피해자에게 회원 제명에 계약 갱신 거부는 더 이상 ‘이 바닥’에서 노동 활동을 하지 말라는 뜻과 같았다.
증인에게 위증까지 요구
한편 A센터장은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증인으로 나선 이에게 위증할 것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A센터장과 충남농아인협회 본부장은 김 씨의 주장에 증인으로 나선 B씨를 찾아갔다. 이들은 B씨의 개인 가정사를 약점으로 삼아 들먹이며 위증할 것을 요구했다. 일종의 협박이었다. 겁이 난 B씨는 그들이 만든 위증 자료에 서명했지만, 이후에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증언을 번복했다. B씨는 김 씨가 성희롱을 당한 게 맞다고 다시 증언했다.
지난달 17일 MBC 시사매거진 2080에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충남농아인협회 홈페이지에 비난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충남농아인협회는 사람들이 더 이상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피해자 측 주장이 담긴 일부 글은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성희롱 문제가 불거진 시점에서 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며 피해자 김 씨에게 계약 갱신을 거부한 한국농아인협회에게 ‘부당해고’가 성립된다고 판정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의하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김 씨는 복직 가능한 상태지만 복직을 할 지, 하지 않을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다. 피해자 김 씨는 불면증과 식욕 부진을 호소하고 있으며 언니와 함께 천안에 거주하며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시는 그동안 일을 하지 못하며 생계가 어려워진 김 씨를 위해 긴급복지지원에 나선 상태다.
“A센터장 해임하라”
피해자 김 씨의 사연이 지역 사회에 알려지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책기구를 꾸렸다. 민주노총 당진시위원회 등을 비롯해 장애인·여성 등 50여 개의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이들은 △피해자 원상 회복 △가해자 사과 및 처분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인기 민주노총 당진시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잘못의 본질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진농아인협회는 지난달 29일 총회를 열고 A센터장 해임과 피해자 복직 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회원들은 A센터장이 출근하는 다음달 4일 출근을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명했다.
당진시수화통역센터가 100% 당진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당진시 역시 충남농아인협회에 센터장 교체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지난 17일 거절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당진시 사회복지과 박노문 장애인복지팀장은 “센터장 교체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형사 고발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센터장은 한국농아인협회에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상태지만 당진농아인협회 회원들은 A센터장의 사직이 아닌 해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A센터장은 본지의 취재 과정에서 “모든 걸 내려놓겠다”며 “김 씨 부당해고(계약 갱신 거부) 건은 당진시수화통역센터가 아닌 한국농아인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문제”라며 성희롱 사건과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