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면 수당리 정재우씨

폭설피해 비관 30대 농민 자살

폭설로 시설채소 하우스가 무너지자 이를 비관해 30대 젊은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1시경 정미면 수당리 정재우(35세)씨가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회생하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평소 말이 없고 내성적이었던 정씨는 지난 1월7일 쏟아진 폭설로 6백평의 시설채소 하우스가 무너져 이 시설을 지으면서 얻은 빚 4천여만원을 갚을 길이 없자 잠도 제대로 못자는 등 크게 괴로워 했다고 가족들과 주위사람들은 말했다.

정씨는 이날 아침부터 무너진 하우스를 복구하겠다며 하우스에 나가 일을 했으나 엄두가 나질 않자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농약을 마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등학교를 나온 이후 줄곧 고향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살아온 정씨는 지난 96년 정부지원과 융자금을 얻어 하우스를 짓고 꽈리고추농사를 지어왔다. 마을주민들은 연초 갑작스런 폭설로 피해농민들이 망연자실해 있던 상황에서도 정씨는 2월부터 정식에 들어갈 꽈리고추묘를 계속 관리하는 등 재기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주민 정순호씨는 “숨진 정씨가 평소 일밖에 모르던 성실한 젊은이였는데다 하우스가 무너지고 나서도 고추묘를 관리하는 등 다시 일어서 보겠다는 의욕이 강해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2월부터 묘를 정식해야 봄농사가 가능한데 막상 복구작업에 들어가 보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낙담해 농약을 마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노부모와 부인 권옥미(33세)씨, 그리고 9살, 4살 난 두 아들이 있다.

한편 숨진 정씨와 마찬가지로 폭설피해를 입은 이 마을 농민들은 “피해규모가 엄청난 데다 재해가 있은지 한달이 넘도록 정부에서 뾰족한 지원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급기야 아까운 젊은 목숨의 희생을 불러왔다”며 “더이상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속히 폭설피해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대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