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 스님 / 보덕사 주지, 석문면 삼화리

대중의 것, 나라의 것을 탐하지 말라

대한불교조계종이 추진하는 한민족돕기 탁발행사가 지난달 26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탁발의

날 선포식과 함께 시작됐다. 모든 성금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동포와 국내, 중국, 조

선족 동포와 불우이웃돕기에 쓰여진다고 한다. 우리 사회속에 자비정신을 확산시켜 화해와

원융의 민족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탁발(托鉢)이란 범어 Pindapata로 賓茶波多(빈다파다)라 음역된다. 바루(鉢)를 가지고 시중

에 나아가서 음식을 얻는 것을 일컫는 말로 乞食行乞(걸식행걸)이라고도 한다. 이 탁발은 스

님들에게 가장 청빈생활을 표방하는 동시에 첫째는 我執(아집), 我慢(아만)을 없애고, 둘째는

보시하는 복덕을 길러주는 공덕이 있으므로 부처님 당시부터 승려들이 행하던 것이다.

무소유(無所有)와 검소 절약의 생활은 욕망을 절제하여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불타의 가르

침이다. 무소유의 삶이란 ‘모든 현상은 한순간에도 생멸변화하여 常住(상주)하는 모양이 없

는 이치를 깨달아 집착을 버리는 것’을 말한다. 온갖 욕심, 상념들을 비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남보다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일으켜 정당하게 나누어야 할 것을 나누지 않을 뿐

만 아니라 혼자만 잘 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재물이란 나 하나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는 무수한 중생이 직간접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번 한보철강사태를 보는 우리 국민들은 사회지도층의 부(富)와 명예를 함께 가지려는 권

위적인 횡포에 얼마나 허탈해 했는지 모른다. 탁발을 계기로 출가자의 수행공덕을 되돌아

보게 되고 자신을 반성하게 하는 참회의 시간을 갖게 했다.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소유하되

소유하지 않고, 관여하되 관여하지 않는 길이 있음을 일러주고 있다. 그래서 이번 한보사건

은 우리 모두에게 교훈으로서 인간의 탐욕을 깨우쳐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욱 다지게 한다.

“시주한 물건이나 대중의 것, 나라의 것, 개인 소유물을 빼앗거나 훔치거나 속여 가지지

말라. 세금을 속이거나 배삯을 안내는 것은 모두 훔치는 행위이다.” -사미십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