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재 환 / 고산감리교회 담임목사

솔로몬과 일천번제(一千燔祭)

솔로몬은 인간이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복을 다 누린 사람의 대명사로 불린다. 성경의 기록에 의하면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 사람들은 이 솔로몬을 부러워하고 그가 누린 복을 받기를 소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솔로몬이 어떻게 해서 그런 큰 복을 받았는지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결과에 눈이 어두워 과정을 보지 않는 것이다.

과정이 있고 나서야 결과가 있는데, 사람들은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만 바라고 있으니 딱하다. 솔로몬의 복은 과정없는 복이라고 오해하지 말라. 세상사 이치가 결과가 있으면 과정이 있기 마련이듯이, 솔로몬의 경우도 축복받기까지 피눈물나는 과정이 있었다.

구약성경 열왕기상 3:4~15에 솔로몬이 하나님으로부터 큰복을 받기 전에 그가 하나님께 일천번제를 드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천번제란 번제를 천번 드렸다는 것이고, 번제희생제사로 동물제물을 제단에 완전히 불살라 연기를 올림으로 예배자의 영혼을 하나님께 바쳐짐을 상징하는 유태인들의 중요한 제사방법이다. 말이 쉬워 일천번제이지 똑같은 일을 같은 장소에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일천번의 번제를 드린다는 것은 인간의 힘과 의지를 넘어선 아주 힘든 일이다. 그러나 솔로몬은 이 엄청난 일을, 바로 일천번제를 해냈다.

솔로몬은 복을 받기까지 서두르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하나(一)부터 천(千)까지 차곡차곡 정성을 다하여 일천번제를 드렸다. 하나님은 감동하셔 그 밤에 솔로몬을 찾아 오셔서 축복해 주신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 내가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며 부와 영광도 주며 장수도 주리라.”(열왕기상 3:4~15)

솔로몬에게 있어서 부귀영화라는 복은 일천번제라는 과정의 열매(결과)다. 사람들은 결과와 열매에 눈이 쏠려 솔로몬의 부귀영화만 알지 일천번제는 전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삶의 과정을 눈여겨보시기 때문에 일천번제라는 과정을 모르는 자에게는 솔로몬의 복을 주시지 않을 것이다. 오늘 우리의 삶의 곳곳에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가 판을 치는 기형적인 모습이 얼마나 많은가 보라! 과정없이 결과만 추구하거나 결과(열매)에 집착하는 삶은 그 결과(열매) 때문에 망한다. 솔로몬이 그렇다. 솔로몬의 부귀영화라는 열매는 솔로몬을 타락케 하여 신앙을 버리고 우상숭배에 빠지게 하고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게 한다.

인생은 과정이지 않을까? 과정에 삶의 무게를 두고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한 부인이 꿈속에 시장에 새로 생긴 가게에 들어가 보니 놀랍게도 하나님이 계셨다. “여기서 무얼 팔고 계세요?”하고 부인이 물었다. “네 마음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하고 하나님께서 대답하셨다. 부인은 한 인간이 바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모두 청했다. “저와 이 땅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행복과 지혜와 용기와 자유를 주세요.” 하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네가 오해를 한 것 같구나, 얘야. 우리는 여기서 열매는 팔지 않고 씨앗만 판단다.”

열매보다 씨앗을 사랑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하고, 솔로몬의 부귀영화보다 일천번제를 사랑하라. 솔로몬은 일천번제로 부귀영화의 복을 받았으나 그 복(열매, 결과) 때문에 망했다. 지혜의 왕이 이런 낭패를 당했으니 우리 같은 범인들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