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현 / 한우리독서문화원장
창 하나 사이의 세상
한결 거세진 빗소리를 막아 보려고 문을 꼭꼭 닫아봅니다.
단독주택에 살 때는 차양위로 떨어지는 요란한 소리, 무성한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가락이 실린 소리, 맨땅 위로 떨어지는 잦아드는 소리 각기 다른 사물에 부딪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요. 그때는 소리의 다양함이 주는 정취가 있어 막고 싶지 않았고 막을 재간도 없었지요. 내가 단절하겠다 마음만 먹으면 안과 밖을 차단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창소재로 치장된 아파트가 편리하긴 하지요.
그렇다고 그 편리함을 좋아하지는 않으렵니다.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채운벌의 논 몇마지기가 낮부터 내린 비로 물에 잠겼더군요. 웬만한 비에도 곧잘 물이 차는 그 논임자는 이 밤 물꼬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겠지요.
배수구 관을 타고 내리는 물소리가 듣기 싫어 문을 닫고 보니 어느새 내 편안함에만 젖어있는 이기적인 중년의 모습이 보입니다.
문밖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나하고 무관하지 않음을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비겁하게 내 삶속으로 늘 숨어 있었지요. 한지붕안에서 일년이 넘도록 함께 살면서 이웃과의 사귐에 인색했던 점이 부끄러워집니다.
이곳에 마음 부치지 못하고 늘 떠날 궁리만 했지요.
언젠가는 승강기 안에서 서너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탔는데 딸기를 먹고는 꼭지를 그냥 바닥에 버리더군요. 순간적으로 주의를 줘야하나 말아야하나 갈등하는 사이 그 모녀는 유유히 내리고 혼자 흥분한채 집으로 갔지요. 아이들과 남편앞에서 주민의식이 어쩌구 아이들 교육이 어쩌구 하면서 불평만 해댔지요. 그러자 딸아이는 제발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지말라더군요. 평소에 그런 것을 그냥 보아넘기지 않는 제성미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지요.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그럴 때는 조용히 그 쓰레기를 보는 앞에서 주으라고 하더군요. 순간적으로 제자신이 지혜롭지 못했구나 하면서 지금은 실천을 하지요.
오늘 출근하다보니 반상회를 알리는 벽보가 붙었더군요.
입주자대표와 동대표를 맡아 마음고생 많으신 분들께 늘 죄송하고 고마웠는데 인사도 드리고 이웃과도 마음을 트는 시작을 해야겠어요. 새삼스레 가까이 있는 좋은 친구들을 떠올려보며 나 또한 좋은 이웃되자고 다짐해 봅니다.
장마철 잘보내시고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