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년 사는 꽃

고란초는 화본과 식물 이전의 하등식물이다. 태고적 식물의 발달이나 도태에서 원래의 모습 그대로 살아남은 고사리과의 식물로 우리나라엔 3종류가 있다고 한다. 고란초는 서식하기에 좋은 적기가 그리많지 않기 때문에 희귀식물일 수밖에 없다.

고란초는 햇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 습기가 많고 신선한 곳에서만 자생한다. 재미있는 것은 겨울에는 활엽식물 이면서 푸른잎그대로 살아있는 것이 신비롭다. 하얀눈이 덮이고 서릿발이 내린 속에서도 녹색의 가냘픈 잎으로 꿋굿하게 버티는 것은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중국에서는 진해, 해독, 이뇨제 등으로 사용되고 우리나라에서는 석위와 더불어 임질약으로 쓰인다.

전설에 의하면 백제의 궁녀들이 임금에게 바칠물을 고란정에서 받아갈 때 고란초잎을 한 두개 띄웠다고 한다.

이렇게 옛부터 지금까지 고란사의 고란초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멸종위기에 놓여있지만 왜목마을엔 원시 이후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 중에서도 몇몇 사람만 알고있는 고란초 군락지가 있다.

수백포기씩 무리를 이루어 벼랑 전체의 여러 군데에 분포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보기드물게 큰 규모로 서식하고 있는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왜목마을에서 오른쪽 해안을 따라 400~500m 쯤 걸어가면 기암절벽에 다다른다. 주먹만씩한 자갈밭이 펼쳐져있는 벼랑 아래에서 10~20m 정도 절벽으로 기어오르면 바위벽에 붙어사는 고란초가 가벼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며 웃는 듯 반긴다.

여기에 고란초가 서식하는 이유는 정북향으로 햇볕이 들지않고 바다로부터 축축한 바닷바람과 해무등의 습기를 공급받고 절벽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수분을 머금이 습도유지가 아주 잘되기 때문이라 사생각된다. 아마도 이곳에서 고란초는 수백만년 동안 똑같은 모양으로 진화하지 않은채 자리를 지켜왔을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마음이 변하고 표정이 바뀌는 사람을 생각하면 억겁의 세월에 변함없는 고란초를 바라보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 고란초를 보며 차분한 마음으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면 그 또한 중생들의 깨달음이 아닐까?

천년의 역사를 지난 고란사에 스님들은 고란초를 곁에 두고 마음을 잡아주는 말없는 가르침의 스승으로 가슴속에 간직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느다란 잎자루를 바위에 붙이고 잎끝을 아래로 향한 길쭉한 역삼각형 녹색잎의 뒷면엔 황갈색의 10~20개의 포자 주머니가 두줄로 규칙적인 모양을 이루며 점점 찍어 놓은 듯 예쁘다. 여름이 지나면 그 포자낭에서 홀씨를 흩날려 앞으로도 몇만년 아니 더 오랜세월을 고란초의 군락으로 이어갈 생태적인 일이 쉬지않고 이루어지리라.

특히 왜목마을의 고란초 군락의 규모는 다른 곳에 비하여 큰 편이다.

우리 마을에 감추어 두었던 소중한 생태학적 자원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도 한편 걱정스럽고 두려운 것은 무지한 사람들의 손에 의해 훼손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부디 이것이 기우이길 바란다.

살펴본 사람 : 조선형(왜목마을 관광단지 유치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