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대 당진읍 읍내리 계성평화빌라

바닷가 나즈막한 곳에 자리잡고 초근목피로 고난의 역사를 지켜오신 아버지.

어린자식 오형제 밥상에 둘러앉아 보리밥으로 연명하던 그 시절이 좋았습니다.

가금을 팔아 학자금을 마련하셨고 부족하면 초련 바심으로 빈논이 여러해 있었지요.

새벽잠 깨울까 조심스레 일어나셔서 토의(土衣)를 걸치시고 일터로 나가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어제와 같이 느껴집니다.

무병으로 가정화목 이어지고 주위인정 받으며 세월은 흘러 미수(米壽)까지 살아오셨잖아요

장성한 아들 원근분가하여 새살림 마련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다 보셨으니 여한이 없으시겠지요.

어느가을 깊은밤 인시(寅時)에 비보가 오고 달려간 방안의 공기는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이미 찬가슴 어루만지며 통곡의 눈물로 긴 여정을 맺는 그 순간을 보지 못한 채 고이 잠든 얼굴에 평온이 깃들기를 기원할 따름이었습니다.

저승옷을 입으시고 저 먼 하늘나라 황천으로 가셔서 영원무궁 하옵소서.

그곳에는 고통도 없고 아주 평온한 안개골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만장이 거리를 메우고 긴 행렬이 이어지는 마지막 오늘 이 순간 쉽게 떠날 수 없어 집 주위를 배회하며 갈길이 먼 북망산 그곳으로 가셔야 하는데.

어찌 그다지 발길이 옮겨지질 않는단 말인가요.

집 언덕 너머 지붕 보일 때까지만 서러워하시고 그 뒤에는 저승사자따라 뒤보지 마시고 조용히 가시옵소서.

가는길 멀어 만장이 앞뒤에서 종렬하여 굽어보고 있습니다.

요령잡이 만가가 상주가슴 울리며 노비마련이라고 요단강까지 갈 여비 부족이라는데 또 대왕님께 바칠 돈 충분히 지참하고 그래야 된다 하거늘 어찌 자식으로서 거역할 수 있겠는가. 잠뱅이속 훔처내어 바치길 여러번.

장산줄기에 명당이 있다는데 여러갈래 양지바른 평온 북동방향으로 토색 좋은곳에 자리잡고 굽어본 산천 모든 것이 으뜸으로 되었으니 분명 생전에 수원없이 살아오신 덕행이 오늘에 있음을 아옵니다.

석관위에 황토 올려놓고 안수가려 보이지 않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무릉도원으로 가자구요. 어서 빨리. 이세상 정심응물로 평생을 사셨으니 사필귀정이요.

수불독서라도 틀림없는 유덕군자임을 옥황상제가 사책에 올린 명단을 모를리 있겠오.

봉분앞에 자식모아 절하고 호주삼배올리니 통곡이 멎고 주위산천 조용할 때 하산하여 오신길 따라 남은 식구 그곳에서 조용히 살아가겠습니다.

부디 영생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