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시대가 열리는 소리

새천년을 맞아 처음 실시되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암울하고 수난의 세월이었던 20세기를 마감하고 희망의 21세기를 맞이할 의회의 선량들을 뽑는 중요한 선거이다. 광복후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선거를 치렀다. 인생으로 말하면 불혹의 나이를 넘어 지천명에 이르렀으나 우리의 선거문화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우리나라가 광복후 민주주의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영국의 처칠수상이 코웃음을 치면서 “민주주의가 하루 아침에 되는 줄 아는가”라고 반문을 하며 비웃었다고 한다.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꽃 피우려면 숱한 시련과 역경을 딛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민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민주주의를 도입한 지 50여년이 지났는데도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가 아직도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음에서 그 답이 나오고 있다. 금권과 관권, 학연과 지연, 지역감정에 기반한 보스중심의 부패하고 낡은 붕당정치 등으로 얼룩졌던 지난 50여년의 선거문화는 거론하는 것 조차 부끄럽다.

이제는 더이상의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된다. 새천년을 맞고 다가올 21세기를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거문화를 바꾸고 정치권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최근 총선시민연대를 중심으로 일부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을 벌이며 정치권과 맞서고 있다. 과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나?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는데 스스로 개혁을 못하고 있음에 유권자의 힘으로 정치권의 대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뜻이 있고, 무권자로 전락한 유권자의 민도를 높여 올바른 선택을 하고 나아가 선거혁명을 이뤄보자는 뜻이 있다고 본다.

돈과 선물과 향응으로 표를 사고 공권력을 동원해 표를 모으고, “어디에서는 무슨 당 공천을 받으면 작대기를 세워도 당선된다”고 할 정도로 지역감정을 악용해 선거를 치루고, 저 사람은 우리 일가이고 동문이니까 찍어야 한다는 식의 선거가 지금까지의 선거풍토이다.

또한 그렇게 뽑은 우리의 지도자들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권력을 키우기에 바빴고, 그 권력을 키우기 위한 돈을 만들기 위해 애쓰면서 정치권이 아예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성장해왔던 것이다.

정치권의 개혁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주는데도 새천년을 맞아서도 정치권 개혁은 미뤄지고 오히려 회기말 당리당략에 따른 제밥 그릇 챙기기식의 선거법 개악을 꾀하면서 국민을 또 한번 무시하고 우롱하고 있으니 그들 스스로 개혁을 못하는 구제불능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들은 개혁시키는 길은 오로지 우리 유권자들이 유일한 자구수단인 선거혁명을 통해 참신하고 유능하며 성실한 심부름꾼을 뽑는 길밖에 없다. 선거혁명은 과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나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절대로 이뤄질 수 없다.

주위환경이나 제도가 바뀌는 것을 몹시 두려워 하는 우리 국민성을 생각할 때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줄 잘 안다. 하지만 과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으로 1년 후면 다가올 21세기에는 살아남기 힘들다.

사회는 급변하고 다양화·전문화 되면서 현대인은 더 많은 능력과 사고로 대처하고 변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한다. 의식전환과 함께 가장 시급한 것은 정치권의 변화이고 그 정치권의 변화는 유권자의 권리이고 책임이다.

정치권의 지도자라면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을 이끌어야 한다. 단지 다수의 국민이 원한다고 표를 의식해 지역이나 국가의 장래를 망치는 인기성·선심성 정책을 펼쳐서도 안되고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당리당략이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주장을 펼쳐서도 안된다. 잘못된 여론이나 잘못된 국민의 주장이라면 현명한 판단으로 국민을 설득·계도하여 올바르게 이끌어 가야지 눈치만 살핀다면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라 할 수 없다.

또한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해묵은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색깔논쟁으로 유권자를 호도하지 말고 확실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리당략이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각종 법규를 개악하거나 반환경적·반인권적 정치노선을 펼치는 의원들은 물론이고 각종 이권개입 등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인에게는 더이상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기왕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됐을 때 우리 유권자들이 주권자를 무시하는 정치권으로부터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선거혁명은 반드시 이룰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유권자들도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의식전환을 위한 노력을 해 우리 스스로 민도를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진정한 민주주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