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가 석문간척지를 농업법인에게 임대하고 있는 가운데, 임대 방식을 수시로 변경하고 변경된 사안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농민들에게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임대 기준을 달리할 때마다 농민들은 법인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 등 시간적 ·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임대 농민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작년과 달라진 입찰 방식…농민들 “몰랐다”

방조제 건설에 따라 형성된 간척지는 한국농어촌공사 소유로, 이곳에 농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농업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올해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는 농업법인의 구성원 수에 따라 간척지 임대 구획을 정하고, 제비뽑기로 추첨해 임대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는 지난 3월 매립지 등의 관리처분심의위원회를 거쳐 5인 미만의 법인에게는 4개 구획을, 20인 미만의 법인에게는 1개 구획을, 50인 미만의 법인에게는 1개 구획을 임대하기로 하고 지난 24일 추첨을 진행키로 했다.

5인 미만의 법인이 107개, 20인 미만의 법인이 4개, 50인 미만의 법인 1개가 임대 신청을 해, 결과적으로 5인 미만의 법인은 25:1의 확률로 임대 경쟁을 해야 하는 반면, 20인 미만의 법인은 4:1, 50인 미만의 법인은 추첨 없이 당첨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법인 구성원 수에 따라 임대 구획을 정하지 않고, 5인 미만의 법인에게는 추첨 기회를 한 번씩 제공하고, 20인 미만의 법인에게는 두 번씩, 50인 미만의 법인에게는 세 번씩 추첨하도록 기회를 줬다. 당시에도 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와 5인 미만의 법인이 다소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농어촌공사의 방침대로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 또다시 임대 방식을 바꾸면서 25:1의 경쟁을 치러야 하는 5인 미만의 법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변경된 방식을 제대로 홍보하거나 고지하지 않으면서 농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법인은 지난해 방식대로 석문간척지 임대가 추진될 것으로 구성원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을 쪼개 법인을 다시 설립했는데, 올해와 같이 방식이 변경되면서 5인 미만의 법인이 크게 불리해진 것이다.

기자회견에 입찰 보이콧까지

이 같은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된 일부 5인 미만의 법인들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한국농어촌공사가 힘 없는 농업법인을 우롱하고 있다”며 “간척지 관리권을 앞세워 조선시대 지주보다 더 악질적인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간척지 임대 방식을 정한 ‘매립지 등의 관리·처분심의위원회’에는 간척지 농사의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공무원, 농어촌공사 직원, 농협 조합장 등이 참여할 뿐 농민 대표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혜택을 보는 일부 대규모 농업법인만 추첨방식이 변경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심의위원회와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직후 김은수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장 면담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김 지사장은 “다음 날 있는 추첨 현장에서 전체 농업법인 대표를 모아 놓고 임대 방식 문제에 대해 협의한 결과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면담 2시간 후 농어촌공사는 농민회 대표에게 연락해 “예정대로 추첨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농민들이 크게 분노했다.

고성 오간 현장 경찰서장 출동

석문간척지 임대 추첨이 있던 지난 24일,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는 농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첨 절차를 강행했다. 목소리를 높여 상황을 설명하는 농민들을 앞에 두고 농어촌공사 직원은 마이크를 들고 “입찰에 응하지 않는 법인은 퇴장하라”며 “추첨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면서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농민과 거부하는 농민 사이를 분열시켰다. 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높여 문제를 제기하는 농민을 두고 부하 직원에게 “회의장을 돌며 영상을 촬영하라”고 채증을 지시, 농민들의 감정을 부추겨 더욱 분노케 했다.

화가 난 일부 농민이 추첨 책상을 뒤엎어 추첨 번호가 쓰인 탁구공이 바닥에 나뒹굴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탁구공을 발로 밟아 터뜨리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김영대 당진경찰서장을 비롯해 십 수명의 경찰이 출동해 상황을 중재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의 중재로 현장에서 지역별 농민 대표를 선정해 김은수 지사장과 면담이 진행됐다. 그러나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법에 의한 입찰 절차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20인 미만의 농업법인과 무추첨 입찰을 받게 된 50인 미만의 농업법인이 5인 미만 법인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결국 농어촌공사의 방침대로 추첨이 진행됐다.

현장에 있던 한 농업법인 대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농민들을 분열시키고, 농번기를 앞두고 농사 준비로 마음이 조급한 농민들을 이용해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농사 짓는 농민들의 것이어야 하는 간척지를 두고 농어촌공사가 갑질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