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미미술관(관장 박기호)이 여름의 수국이 전하는 풍경과 함께 현대미술의 경향을 읽어보는 기획전을 개최한다. 올해는 <방랑자 환상곡 wanderer fantasy>이 관람객을 만난다.
‘방랑자 환상곡’은 사실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형식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작곡한 판타지로 분류된다. 오늘날 판타지는 음악보다는 문학과 영화에서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로 자리매김했지만, 본래는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을 의미하는 환상(幻想)을 뜻한다.
환상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음에도 미술과 음악, 문학, 영화 등에서 형식의 구애 없이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세계관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종종 현실 세계와의 대비를 통해 ‘과연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진 세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환영과 연결되기도 한다.
고대 인도 철학에서는 우리가 사는 물질적인 세상을 마야(maya), 즉 참 모습을 잊어버린 무명의 상태에서 잠시 머무는 환영으로 보았다. 16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은 해골 등을 그린 바니타스 정물화로 삶 자체가 공허한 것임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리나라 판소리 단가에서도 역려과객(逆旅過客)이라 해 ‘인생이 여관에 머무는 나그네와 같음’을 말하며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했다. 슈베르트 또한 비참한 현실을 견디며 이상적 세계를 향해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를 통해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긍정을 들려주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 역시 환상과 환영에 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탐구에 대한 답이 작품으로 이번에 전시됐다. 인생 자체가 환영일 수 있음을 표현하고(이가은), 타인과 모호한 경계를 이루는 ‘나’라는 실체에 의문을 던지며(홍시연), 나를 스쳐가는 타인조차 부유하는 존재임을 드러낸다(허현주). 또 도시에서 목격되는 비현실적 경관이나 환상적인 자연 풍경들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대해 묻기도 한다(권기동, 지오최).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극대화된 미술에서의 판타지(김상덕)까지도 다양하게 아우르면서 다채로운 환상곡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2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