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단 40주년을 맞은 당진온누리합창단이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오는 3일 열리는 ‘창단 40주년 기념식 및 단장 이·취임식’을 앞두고 취임하는 백종길 신임 단장은 “40년의 기초 위에 100년을 준비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백 단장은 전형적인 ‘음악인 출신’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아내의 한마디로 시작한 노래… 인생 2막 시작”
“은퇴 후 아내에게 ‘그동안 내 마음대로 살았으니 당신이 하고 싶은 걸 두 가지 들어주겠다’고 했죠. 여행을 가자거나 뭘 사달라 할 줄 알았는데…노래를 하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교회 성가대 활동이었다.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생이었다. 당진 대호지에서 태어나 도성초, 미호중, 당진상고를 거쳐 인하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0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재무·기획 분야에서 30여 년을 보냈다. 현대석유화학, 현대그룹 계열 삼우 등 굵직한 기업에서 조직과 재정을 책임졌다. 이후 태양광 에너지 기업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며 회사를 성장시켰고 늦깎이로 에너지공학 석사와 탄소중립 관련 박사과정을 마쳤다.
“음악은 초등학교 때 풍금 하나 놓고 배우던 게 전부였습니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힘듭니다.”
그러나 성가대 활동 6개월 후, 그는 합창단 사회자로 무대에 섰다. 노래보다 설명과 진행이 더 맞았다. 당진온누리합창단 정기연주회 사회를 맡으며 단원들과 호흡했고 이후 당진대합창제까지 진행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합창단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혼성합창단’
당진온누리합창단은 1986년 창단됐다. 기관이나 학교가 아닌 순수 민간 아마추어 혼성합창단으로 40년 역사를 이어온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86년이면 포장도로도 많지 않던 시절입니다. 연습 공간이 없어 교회 성가대 연습실을 빌려 모였다고 하더군요. IMF 때 3년을 제외하고는 정기연주회를 한 번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창단 멤버 세 명이 활동 중이다. 그중 홍태표 단원은 40년 역사의 산증인이다. 백 단장은 “합창단이 한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오게 한 구심점 같은 분”이라며 깊은 존경을 표했다.
“지금이 전성기… 실력도, 팀워크도 최고”
정승택 지휘자의 지도 아래 합창단은 충남합창대회 2년 연속 대상, 대통령배 합창대회 수상, 한국합창총연합회 ‘올해의 합창단’ 선정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제가 입단하자마자 도대회 대상 두 번, 전국대회 수상, 올해의 합창단 선정까지 함께했습니다. 지금이 가장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신입 단원이 급증해 연습실이 비좁을 정도다.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단원도 있다. 백 단장은 “단원 스스로 만족도가 높고,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외부로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합창은 ‘함께’의 예술
백 단장이 합창단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은 단 하나다.
“함께하는 것입니다. 잘하는 사람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조금 줄이고, 조금 쫓아가며 목소리를 하나로 만드는 게 합창입니다. 개성도 중요하지만 하모니가 더 중요합니다.”
단원 간 팀워크는 이미 탄탄하다. 오히려 새로운 단원이 들어올 때 지휘자가 가장 힘들어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소리를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40년을 넘어 100년으로… 재정적 ‘홀로서기’ 과제
그가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은 과제는 ‘연습 공간’과 ‘재정 안정’이다.
현재 단원들은 매달 회비를 내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시 지원은 제한적이다. 민간 합창단이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합창단이 지역을 대표해 활동하지만, 저희만 지원받을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문화재단, 도·시 재단 사업에 공식적으로 참여해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경영과 회계를 담당했던 경험이 이제 합창단 운영에 쓰인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올해 목표로 창단 멤버들을 위한 OB합창단을 신설하는 것이 꿈이다. “다시 돌아와 합창을 하고 싶어하시는 창단 멤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음악 영재 발굴과 사회공헌의 전통
과거 합창단은 15년간 음악 영재 2명을 매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했고, 김장 봉사와 성금 기부를 이어왔다. 지금도 지역 행사, 찾아가는 음악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합창은 취미이지만, 지역사회 안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서 사회적 기여를 함께하자고 단원들에게 부탁드렸습니다.”
“당진이라는 이름이 붙은 합창단”
도대회 무대에 서면 합창단 이름 앞에는 항상 ‘당진’이 붙는다.
“우리가 온누리합창단이 아니라 ‘당진’을 대표해서 간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당진 시민들이 이런 합창단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단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모두 봉사입니다. 그런데도 항상 먼저 나서서 도와주십니다. 얼굴을 보면 너무 아름답습니다. 합창단의 미래가 밝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40년을 노래해온 민간 합창단. 이제 백종길 신임 단장과 함께 ‘100년’을 향한 새로운 악장이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