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 최고 단수인 9단은 ‘입신(入神)’이라 불린다. 단순한 단수의 개념을 넘어 태권도인으로서 최고의 경지와 품위, 성취를 상징하는 자리다.
최소 40년 이상 수련해야만 자격이 주어지는 이 시험에서 오세광 용인대석사신평태권도장 관장이 지난 3월 승단 심사를 통과하며 당진에서는 세 번째로 9단에 올랐다. 특히 지역 태권도장 관장 가운데서는 첫 사례다.
“품새 시연뿐 아니라 철학도 평가”
오세광 관장은 지난달 태권도 9단 승단 심사에 응시했다. 이 시험은 단순한 실기 평가에 그치지 않는다. 오 관장은 “9단 심사는 태권도 철학을 주제로 한 논술을 제출해야 하고, 9단 필수 품새인 ‘일여’를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며 “여기에 6~8단 필수 품새 중 무작위로 지정된 1개를 추가로 시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5명의 심사위원이 평가하며 각 항목에서 최소 3명 이상의 합격점을 받아야 최종 통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품새 시연은 국기원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관중석이 개방된 상태에서 치러지는 만큼 긴장감도 크다. 오 관장은 “외국인 관중이 지켜보는 경우도 있고, 다른 응시자들이 모두 보는 데에서 한 사람씩 심사를 받기 때문에 긴장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심사에 통과한 그는 “9단은 단순한 무술 실력뿐 아니라 철저한 자기관리와 사회적 책임까지 요구되는 자리”라며 “최고 단수에 올랐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는 태권도를 넘어 사회에 더 크게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지지 덕분”이라며 “특히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동네 공터에서 시작한 태권도
한편 오 관장의 태권도 인생은 7~8세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순성면 양유리 출신인 그는 면천초, 면천중, 합덕농업고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 집 근처 순성저수지 인근에서 동네 형이 아이들을 모아 태권도를 가르친 것이 계기가 돼 자연스럽게 수련을 시작했다.
이후 체육관을 다니며 태권도를 이어갔지만 고등학생 시절 큰 인기를 끌던 복싱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향하며 잠시 태권도를 중단키도 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을 느끼고, 교복과 도복을 입은 또래들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은 그는 당진으로 돌아와 태권도를 재개해 1단을 취득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친구의 권유로 경기도 안산에서 사범으로 활동하며 아이들을 지도했고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10개월간 일해 마련한 첫 도장
태권도장을 차리고 싶었던 오 관장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산 극동정유 공장 건설 현장에서 약 10개월간 일했고 그렇게 300만 원을 모았다.
마침 지인을 통해 신평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관장이 그만둔다는 소식을 듣고 1989년, 27세의 나이에 신평에서 태권도장 운영을 시작했다.
“강하게 커야 강하게 산다”
태권도장 시작 당시 관원생 9명으로 운영을 시작한 그는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도장을 운영해왔다. 그 원동력은 제자들을 가르치며 얻는 보람과 세대를 이어가는 신뢰다.
오 관장은 태권도 교육에서 ‘강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아이들에게 될 수 있으면 내 앞에서는 울지 말라고 한다”며 “처음 도장에 왔을 때는 약하고 울던 아이들이 수련을 통해 점점 씩씩하고 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가진 순수함 또한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시간이 지나 예상치 못하게 연락을 주거나 찾아오는 제자들도 많다”며 “특히 과거 제자들이 부모가 되어 자녀를 다시 도장에 보내줄 때는 큰 책임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나에 대한 믿음으로 자식까지 맡기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광 관장의 다음 목표는 국가대표 제자를 배출하는 것이다. 그는 “40년 동안 많은 제자를 길러내며 주니어 국가대표와 태권도학과 진학생을 배출했지만, 아직 성인 국가대표를 배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지도해 국가대표 선수를 키워내고 싶다”고 전했다.
>>오세광 관장은
-면천초ㆍ면천중ㆍ합덕농업고졸업
-용인대학교 태권도 대학원 석사 4기 졸업
-초대 통합 당진시태권도협회장
-현 용인대석사신평태권도장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