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오늘날 관광은 단순히 유명 명소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 이제는 지역의 맛과 자연환경 , 주민들의 이야기처럼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경험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고 있다 . 관광두레는 주민들이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린 숙박 , 식음 , 여행 , 체험 , 기념품 등을 생산 · 판매하는 관광사업체를 창업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밀착 지원하는 사업이다 . 당진시는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관광두레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주민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관광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당진관광두레의 취지와 의미를 짚어보고 , 7 개 주민사업체의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이다 .

화이트라인에서 지난해 엘릭트립 - 새들을 위한 기념비를 진행했다.
화이트라인에서 지난해 엘릭트립 - 새들을 위한 기념비를 진행했다.

당진관광두레 사업의 시작과 함께 돛을 올린 주민사업체 ‘(주) 화이트라인 ’ 은 흔히 떠올리는 일반 여행사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다 .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를 순회하고 차량과 숙소를 연결해 주는 유통 중심의 여행에서 벗어나 당진이라는 지역의 일상과 풍경에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세상에 없던 여행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낸다 .

“ 당진 , 떠날 이유 없는 도시 ”

서울 등 수도권을 무대로 활동해 온 예술기획자 이경미 대표는 몇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처음 당진 땅을 밟았다 . 거대한 산업시설과 조용한 농어촌이 묘하게 공존하는 당진 특유의 매력에 마음이 끌린 그는 이 지역의 숨은 이야기들을 예술이라는 매개로 풀어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 무엇보다 현장에서 만난 당진사람들의 개성과 넘치는 매력이 이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

사람이 흥미로우니 공간이 보였고 , 무언가를 제대로 시작해 보자는 결심도 서서히 굳어졌다 . 이 여정에 든든한 조력자로 손을 잡은 이가 바로 공동기획을 맡고 있는 박규섭 감사다 . 지난 2018 년 일 때문에 당진으로 이주한 박 감사는 “ 막상 살아보니 당진이 좋아 떠날 이유가 없었다 ” 며 현재는 지역에서 개인 사업체를 꾸려가고 있다 .

두 사람의 인연은 세계적인 화두인 ‘ 에너지 전환 ’ 을 지역에서 어떻게 예술적으로 풀어낼지 고민하던 이 대표가 당진의 에너지 현황과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박 감사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시작됐다 . 이후 두 사람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두레를 통해 법인을 설립하며 ‘(주) 화이트라인 ’ 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일상

(주)화이트라인은 하나의 장소에 갇히지 않고 당진 전역의 가려진 공간을 발굴해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 지역민에겐 너무나 평범하거나 심심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풍경도 예술가의 시선을 거치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

작년 파일럿 형태로 선보인 첫 번째 프로그램 ‘ 일렉트립 : 새들을 위한 기념비 ’ 는 화이트라인이 추구하는 여행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줬다 . 당시 참가자들은 삽교호관광지에서 소들섬까지 자전거를 타고 이동했다 . 인간의 밀도와 효율에 따라 세워진 도시계획 속에서 참가자들은 새 거치대를 활용해 잠시 새가 되어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

(주)화이트라인은 이처럼 당진의 특성을 다각도로 살린 테마 여행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 오는 10 월에는 당진의 산업과 기술을 주레로한 ‘ 네오트립 ’ 을 새롭게 선보인다 .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합덕지역을 기반으로 한 순례 테마의 ‘ 로드트립 ’ 과 연계 키트 개발 , 그리고 주민참여형 체험 요소를 담은 커뮤니티 프로그램까지 순차적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

이 대표는 “ 겉보기엔 다소 더디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단발성 관광으로 끝나지 않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대상에 맞춰 다변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 며 “ 내년 상반기까지 4 개 주요 콘텐츠가 완성되면 훨씬 다채로운 당진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 이라고 말했다 .

(주)화이트라인 박규섭 감사, 이경미 대표
(주)화이트라인 박규섭 감사, 이경미 대표

“ 지나치던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 선물 ”

한편 2 년 차에 접어든 (주)화이트라인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는 자생력 확보와 수익화다 . 초기 지원금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상시 운영이 가능한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

박 감사는 “ 기존 여행업의 공식이나 수익 창출 루트와는 전혀 달라 초반에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 고 털어놓았다 . 로컬의 현장성과 예술적 감각을 결합하는 시도 자체가 지역에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는 “ 관광두레 PD 와 지역 주민들 덕분에 심리적 · 물질적으로 큰 힘을 얻었고 , 이제는 다른 여행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화이트라인만의 독창적인 가치에 확신이 생겼다 ” 고 말했다 .

(주)화이트라인이 꿈꾸는 여행은 단순한 가이드 투어가 아니다 . 하나의 잘 짜인 공연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흐름을 타며 시간과 장소를 이동하는 몰입감 있는 여정이다 . 작지만 당진다운 것 , 그동안 가려져 있던 진짜 당진의 매력을 하나씩 조명해 나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

“ 당진 시민들에게 이 도시의 풍경은 그저 익숙한 일상일 수 있어요 . 하지만 저희 여행을 통해 ‘ 우리 동네가 이렇게 매력적이었어 ? 이렇게 재밌었어 ?’ 하며 새롭게 감각하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 이경미 대표 )

“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하루가 타지인에게는 더없이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 한 사람의 소중한 일상이 따뜻하게 드러나는 여행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 ( 박규섭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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