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시의원
김명진 시의원

당진시가 10억 원이 넘는 사업 예산을 2년 연속 다음 해로 넘기는 일이 해마다 25건 넘게 되풀이되고 있다. 이렇게 넘어간 사업의 집행률은 25%에도 못 미친다. 닷새 동안 이어진 당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예산부터 따고 보자”는 사업부서의 관행이 이월을 낳는다는 지적이 거듭 나왔다.

김명진 의원은 지난 10일 행정사무감사 첫날 기획예산담당관 감사에서 ‘2년 연속 이월 처리액 10억 원 이상 사업’을 짚었다. 김 의원은 “2년 연속 10억 원 이상 이월된 사업이 2024년 26건, 2025년 25건인데 집행률이 25%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토지 승낙도 안 받고 예산부터 세워”

김 의원은 이월이 되풀이되는 원인으로 예산 편성 관행을 꼽았다. 그는 “도로를 내려면 토지 소유자 승낙을 먼저 받아야 하는데, 승낙 없이 예산을 세웠다가 승낙을 못 받으면 이월하고 다음 해에도 못 쓴다. 그러면 3년 치 예산이 묶인다”며 “사업부서에서 일단 예산부터 따고 보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연속 순수 시비 사업을 집행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전액 시비 사업은 해당 실과 감사에서 따로 따지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2025년 결산 세입이 1조8227억 원인데 세출 예산은 1조4300억 원 수준”이라며 “해마다 3800억 원가량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말만 잉여금이지 실제로는 사업을 못 한 돈”이라고 지적했다.

이한복 기획예산담당관은 “연말에 국도비가 내려오는 경우처럼 사업마다 사정이 다르다”면서도 김 의원의 지적에 동의했다. 이어 “예산팀에서 상시 확인해 집행률이 낮은 사업은 정리하고 감액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연내 집행할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과거 집행 실적을 반영해 예산을 편성하라”고 요구했다. 또 “2027년 본예산에 반영해 내년 행정사무감사에 다시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수도과 394억 원·체육진흥과 312억 원

시가 의회에 낸 답변자료(3월 31일 기준)를 보면 17개 부서가 해당 사업을 보고했다. 부서별 연도별 이월액을 단순 합산하면 약 2129억 원이다. 같은 사업이 해마다 되풀이해 잡힌 금액이 포함돼 있다.

수도과가 10건 393억69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합덕 노후정수장 정비사업(국비·시비 반씩 부담)은 2025년 42억8600만 원에 이어 올해 77억4200만 원도 ‘행정절차 이행에 따른 집행 지연’으로 한 푼도 쓰지 못했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수도과 감사에서 “국비 보조사업이라고 무조건 예산부터 올리면 이런 결과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수도과장은 “명목상 공법 선정과 행정절차 이행 때문이지만 많이 지체된 것을 인정한다. 당초 계획대로 2028년에 준공되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체육진흥과는 5건 312억3600만 원이다. 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이월액 110억1200만 원)와 종합체육관(이월액 122억4900만 원)은 도시계획 변경 절차를 마치고 올해 착공할 예정이다. 미래에너지과 수소도시 조성사업은 위탁사업자를 정하지 못해 2024년 100억 원이, 사업구조 재편에 시간이 걸려 2025년 122억4500만 원이 이월됐다. 농업정책과는 해나루신활력센터, 농촌협약, 거산지구 농촌공간정비 등 8건 196억9500만 원이다.

치매전담 요양시설 22억 원 3년째 제자리

전액 시비 사업도 적지 않다. △건설과 원석우·소소골·주동 소하천 정비 예산 2024년 64억 원, 2025년 97억9600만 원이 모두 시비다. 이 가운데 38억1800만 원과 70억8200만 원이 ‘사업기간 부족’으로 이월됐다. △사회복지과 신평사회복지관 건립 관련 2025년 예산 78억9700만 원 중 53억6000만 원이 넘어갔다. △산림자원과 자연휴양림 도시계획도로 37억 원이 2024년 2회 추경에 신규 편성돼 명시이월됐다. 이듬해 인가 과정에서 생태 1등급 지정으로 절차가 늦어져 다시 사고이월됐다.

경로장애인과 공립종합요양시설(치매전담형) 신축 22억8100만 원(국비 14억7500만 원, 도비 1억8400만 원, 시비 6억2200만 원)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쓰이지 않고 넘어갔다. 건축기획 용역에서 사업비와 규모가 늘었고 추가 예산 협의가 늦어졌다는 것이 이월 사유다. 일반 요구자료 285번을 보면 이 사업은 석문면 삼봉리에 짓는 석문시립요양원이다. 사업비는 59억 원에서 103억 원으로 다시 산정됐고, 시비 76억3200만 원을 더 확보해야 한다.

지방정원·해양레저도 2년 연속

지난 14일 공원녹지과 감사에서도 김 의원은 같은 자료를 들었다. 지방정원 조성사업 21억6000만 원(도비 30%, 시비 70%)은 2024년 명시이월에 이어 2025년 18억3200만 원이 사고이월됐다. 김 의원은 “국비 사업도 아니고 시비가 15억1200만 원 들어가는 사업을 2년 연속 이월했다”고 따졌다. 심상필 공원녹지과장은 “행정절차가 늦어져 이월됐지만 8월 말 기준 공정률은 95%”라고 답했다. 답변자료에 적힌 3월 말 공정률은 35%다.

항만수산과 해양레저관광시설 지원사업도 2024년 15억5000만 원, 2025년 15억8000만 원이 ‘사업위치 등 계획 변경’으로 이월됐다. 같은 날 김초롱 의원은 이 사업의 3년간 집행률이 2.7%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명시이월 살펴 정리추경에 반영해야”

행정사무감사 5일차인 지난 16일 건설과 감사에서 김 의원은 “1조8000억 원대 가운데 3800억 원이 이월되거나 반환됐고, 그중에는 순수 시비 이월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이월은 이미 진행 중이니 명시이월된 사업을 잘 살펴 쓸 곳이 분명하지 않으면 정리추경에서 수해 응급복구지 항구복구 예산으로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성만제 부시장은 “이월 사업비는 목적이 정해져 있어 다른 재원으로 돌리는 문제는 따로 봐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응급복구만 해 둔 곳은 연차 계획을 세우거나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항구복구 완료 계획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도로과 감사에서 김 의원은 합덕208호선(소소선) 확포장 사업을 들었다. 김 의원은 “제가 늘 하는 얘기가 이월시키지 말라는 것”이라며 3회 추경에 세운 보상비 3억 원을 연말까지 모두 집행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