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서 1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허지나 씨
당진에서 1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허지나 씨

특별한 날의 표정과 분위기를 사진으로 남겨두면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행복을 다시 꺼내볼 수 있다. 아이와 가족의 소중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허지나 씨는 ‘엄마의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1인 사진작가다. 주로 돌잔치와 백일잔치, 회갑연·고희연 등 가족행사와 야외 스냅을 촬영하며 연출된 모습보다 자연스러운 순간을 담아낸다.

‘아이의 순간부터 가족의 기념일까지 엄마의 마음으로 담아드립니다’라는 슬로건처럼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 손주를 바라보는 조부모의 눈빛 등 가족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린 시절 품었던 사진작가의 꿈을 40대에 시작한 허 지나 씨에게 사진을 찍는 일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지?”

허지나 씨가 처음부터 사진을 직업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선박회사 여객팀에서 장기간 사무직으로 근무했다.

허지나 씨는 2017년 결혼하면서 남편의 직장을 따라 당진으로 터전을 옮겼다. 남편과 아이를 제외하면 가까운 가족이 없는 낯선 곳에서 임신과 출산, 육아를 이어갔다.

육아에 집중해 생활하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다시 일을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허지나 씨는 “내가 일을 한다면 내가 좋아했던 게 뭐였지,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하게 됐다”며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한 번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 아닐까, 이때가 아니면 또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떠오른 것이 고등학생 시절 막연하게 품었던 ‘사진작가’라는 꿈이었다. 당시 사진에 관심이 많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꿈을 접었다. 그는 “수능점수에 맞춰 진학해야했던 분위기 속에서 사진작가가 되겠다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건 TV나 책에 나오는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허지나 씨가 찍은 사진들
허지나 씨가 찍은 사진들

아이 사진 찍으며 행복 느껴

그가 다시 사진을 떠올리게 된 데에는 아이의 역할이 컸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왔고, 사진을 찍을수록 자신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담는 일이 좋았단다. 허지나 씨는 “아이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며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의 모습도 찍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상대방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더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주변 사람들도 일찍부터 그의 사진에 대한 관심과 감각을 알아봤다. 개인 SNS나 일상에서 찍은 사진을 본 지인들은 ‘사진작가 같다’, ‘사진 잘 찍는다’, ‘한번 찍어봐라’는 말을 건네곤 했다. 2024년 말 사업자를 내고 ‘엄마의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사진작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도 주변의 반응은 의외라는 쪽보다 응원에 가까웠다. 허지나 씨는 “주변 지인들이 ‘갑자기 사진을?’ 하고 의아해하기보다는 ‘이제 드디어 하는구나’, ‘잘할 것 같다’는 응원이 많았다”며 “평소 자주 연락하지 못했던 중·고등학교 동창들도 카카오톡이나 SNS 댓글로 축하해주는 것을 보면서 친구들도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구나 싶어 감동했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축하와 응원도 든든했지만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남편과 딸이었다. 사진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허지나 씨는 남편에게 “나에게 투자해 달라”며 “카메라 한 대만 사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아내가 사진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지켜본 남편은 흔쾌히 장비 마련을 도왔다. 딸 역시 엄마의 새로운 도전을 자신의 일처럼 자랑스러워했다고.

“오늘은 어떤 아이를 만날까”

허지나 씨가 추구하는 사진은 정형화된 포즈나 연출된 장면보다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순간을 담는 것이다. 허지나 씨는 “스튜디오나 사진관에서 사람을 세워두고 찍는 연출되고 경직된 포즈는 선호하지 않는다”며 “돌잔치나 백일잔치처럼 실제로 상황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아이와 가족들이 편안하게 대화하고 움직이는 모습, 그 속에서 피어나는 표정과 분위기를 담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예쁜 사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까지 사진에 담아내는 것이다. 그는 “부모가 자기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마음을 잠시 카메라로 빌려와서, 마치 내가 내 아이를 바라보듯 찍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일을 알리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당근마켓 광고와 아파트 단지 전단지 배포 등을 진행했다. 특히 네이버에 업체를 등록한 이후 예약 문의가 늘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손에 꼽을 정도였던 촬영은 올해 들어 배로 늘었단다. 촬영이 늘어나면서 사진작가로서 느끼는 즐거움도 더욱 커졌다. 앞으로의 목표는 당진에서 돌잔치나 백일잔치, 가족 기념일 스냅을 떠올렸을 때 ‘엄마의 카메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이다.

“촬영 현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오늘도 신나게 잘 찍고 오자’며 파이팅을 외쳐요. 촬영을 나가는 길이 매번 두근두근 떨리고 설렙니다. ‘오늘은 어떤 아이를 만날까’ 생각하면서 가요. 육아하는 엄마들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정말 아주 작은 것이라도 주저하지 말고 꼭 한번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작은 마음으로 시작해서 인지도를 쌓아가는 단계지만,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 매일이 너무 행복하고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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