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재벌 한보철강 부도로 당진경제 추락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확보 ‘시급’

재벌체제 한계 드러낸 한보부도

지난 1997년 1월13일 한보철강의 부도는 당진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한 개의 재벌기업에 의존했던 당진경제는 하루아침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다.

부도가 터진 다음날인 1월14일 간접 조사한 피해가 26개 업체에 641억원이었으나 일주일 사이에 피해업체수는 132개 업체 피해액은 960억원에 육박했다.

협력업체는 도내 133개 업체 중 99개 업체로 이들 대부분이 한보 부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음식점과 식료품, 문구,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피해품이 예상범위를 뛰어넘어 거의 모든 생필품을 망라했다.

당진군은 한보가 내는 380억원의 지방세 중 30%에 해당하는 군세 114억원의 징수가 미궁에 빠지는 피해를 입었다.

결국 정경유착과 정태수 회장 등 총수 지배체제에 의존했던 재벌구조는 한보철강 부도라는 굉음과 함께 지역사회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총수중심의 왜곡된 소유지배구조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대기업집단이 차지하는 국민경제적 비중은 30대 집단 2000년말 기준 자산 42%, 매출 44%이다.

이는 대기업집단이 그 동안 경제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는 측면과 함께 대기업집단으로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시스템의 확보가 중요함을 동시에 시사하고 있다.

흔히 ‘재벌’로 상징되는 대기업집단의 부실이 심화될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IMF 사태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이는 결국 총수가족이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와 타인자본을 이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총수중심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상당수 학계나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총수중심의 왜곡된 소유체제가 지배구조개선 및 투명성 제고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벌로 통칭되는 우리나라 특유의 대기업집단 시스템은 시장의 힘에 의한 감시 및 규율에 있어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상법과 증권거래법 등만으로는 개별기업의 투명성이나 지배구조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도 대기업집단의 구조적 폐해를 억제하는 데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힘만으론 부족, 정부역할 필수

‘시장의 힘’은 ‘재벌’을 개혁하는데 중요한 압력수단이 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왜곡된 소유구조와 독점체제로 인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수 학계와 시민단체의 전문가들은 시장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보완하는 정부의 일정한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상품시장 등 기업경영의 외부감시시스템이 기업조직과 이사회 등 내부감시시스템과 함께 유기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매카니즘이 우선 정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의 반발로 시효 만료된 공정위 계좌추적권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선거에만 몰입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98년 외환 위기 당시 재벌의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도입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이 2월 임시국회에서 끝내 연장되지 못한 채 6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결국 재벌의 부당내부거래 등 불법행위 근절과 공정한 경쟁 시스템 정착을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인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이 정치권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나태, 재계의 부당한 반발 등으로 인해 그 시효가 다하게 됐다.

최근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통해 재벌의 부당내부거래가 비자금 조성수단으로 활용됐던 것이 밝혀진 마당에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계좌추적권이 상실된다면 재벌의 불법행위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을 넘어 정치권의 부패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당진참여연대(회장 조상연)는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당시 성명서를 통해 송영진 의원에게 “재벌의 불법행위에 대한 견제와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공정위의 계좌추적권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소유지배구조 관련 정보 공개돼야

시장참여자에 의한 감시기능의 효과적 작동을 위해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관련 정보는 최대한 공개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결합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 등을 통한 정보공개는 그 대상 및 내용 면에서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거래법 및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비밀엄수의무, 사생활정보문제 등의 측면을 고려해 정보공개를 위한 법적 근거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책 필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현상이 심화될 경우 금융자원 등 생산요소시장의 독과점화, 부당내부거래로 인한 공정경쟁의 왜곡, 고객자산을 지배력 확장수단으로 이용함에 따른 경제력집중 현상의 심화, 금융의 시장감시 및 견제기능 왜곡에 따른 시장규율기능의 저하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바람직한 금융기관 소유지배구조의 모색과 함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간의 적절한 차단장치가 요구되고 있다.

계열분리청구제와 금융기관의 자기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제한 강화, 대주주 및 계열사에 대한 대출 및 주식소유한도 강화, 금융기관 대주주에 대한 감독강화 등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