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 상
고 정 희
잔설이 분분한 겨울아침에
출근버스에 기대앉아
그대 계신 쪽이거니 시선을 보내면
언제나
적막한 산천이 거기 놓여 있습니다.
고향처럼 머나먼 곳을 향하여
차는 달리고 또 달립니다.
나와 엇갈리는 수십개의 들길이
무심하라 무심하라 고함치기도 하고
차와 엇갈리는 수만가닥 바람이
떠나라 떠나거라 떠나거라...
차창에 하얀 성에를 끼웁니다.
나는 가까스로 성에를 긁어내고 다시
당신 오는 쪽이거니 가슴을 열면
언제나 거기
끝모를 쓸쓸함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운무에 가리운 나지막한 야산들이
희미한 햇빛에 습기 말리는 아침,
무막한 슬픔으로 비어 있는
저 들판이
내게 오는 당신 마음 같아서
나는 웬지 눈물이 납니다.
1948년 전남 해남 출생
한국신학대학 졸업한 후 1975년 좪현대시학좫에 「연가」
「부활 그 이후」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 「실락원 기행」
「초혼제」 「이시대의 아벨」
편저 「예수와 민중과 사랑 그리고 시」
1992년 지리산 산행중 불의의 사고로 타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