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마흔이 된 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착하고 성실하여 일찍이 집도 장만하고 부족함없이 살아가고 있는 동생인데 딱 한가지 없는게 있답니다. 바로 아직 결혼할 여자가 없다는 겁니다.

그동안 선도 몇번 봤지만 사람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나 봅니다. 결국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흔이 됐지 뭡니까? 그래서 늘 마음이 저려오고 있는데 오늘 동생한테서 맞선을 보게됐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순간, 얼마나 기쁘던지요. 저는 이곳 충청도에서 경기도와 서울에 있는 언니들에게 전화를 해 동생이 살고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는 부랴부랴 갔습니다. 어쩐지 제가 가면 잘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서요.

이런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만난 두 언니와 저는 맞선에서 여자가 홀딱 반할만한 접대용 말과 시선처리 등등을 잔뜩 가르쳐 주며 웃기도 하고 걱정도 했습니다.

우리 4남매가 모두 방바닥에 가로세로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동생의 이를 자세히 봤더니 황금처럼 누렇다 못해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벌떡 일어나서 “야 너 그 이빨 그대로 나갔다가는 보자마자 퇴짜 맞겠다. 아가씨가 기절하거나 도망가거나 둘 중 하나야” 그랬더니 동생이 “그럼 어떻게 해?”하는 겁니다.

우리 여자 셋은 무슨 방법이 없을까 궁리에 들어갔습니다. 락스에 담글까, 뽑아서 삶을까, 예리한 기구로 긁어 내볼까? 별별 생각을 다해보고 있는데 큰언니가 ‘까르륵’ 배를 잡고 혼자 웃더니만 “얘들아, 내 가방 속에 기름때든 뭐든 닦아내는 스펀지 제품이 있거든? 아까 친구집에 갔는데 몇개 주기에 넣어놨어. 그거라도 꺼내서 쟤 이빨 한번 닦아볼까?”하더군요.

우리는 큰언니의 제안에 한바탕 웃고는 검증되지도 않은 것을 썼다가 잇몸이 붓거나 부작용으로 이가 빠지기라도 해서 내일 맞선도 못보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무엇보다 당사자의 결단이 중요한 것 같아 동생한테 시술을 받겠냐고 물었더니 한번 해보라고 하대요. 그래서 제가 동생을 뉘어놓고 스펀지로 된 그 제품을 가지고 앞니 두개를 조심조심 닦아봤더니 아, 글쎄 누렇고 검은때가 스펀지에 쏘~옥 묻어 나오는데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우리는 놀라서 웃고 기뻐서 웃고 난리를 피웠습니다.

저는 이왕 시술에 들어갔으니 몇 개 더 하자고 어금니까지 조심조심 문질렀는데 정말 하얀색으로 아주 깨끗해졌습니다.

그렇게 시술한 지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이가 누래졌나 살펴봤는데 한 10년은 끄떡 없을 것 같더라구요. 이렇게 일이 잘 풀리는걸 보니 내일 맞선, 성공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빨리 남동생이 팡파르를 울렸으면 참 좋겠습니다.

※남편과 함께 송악면 중흥리에서 중식집 ‘금자탑’을 2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각종 라디오 방송국에 풋풋하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글로 써보내 여러 번 전파를 탔다. 대학에 다니는 남매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