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2층집이라고 해야 조립식 건물인지라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 오늘같이 굵고 강한 빗방울이 조립식 지붕 위에 투두둑 툭툭 떨어질 때면 빗소리를 들으며 차 한잔 마시는 즐거움도 크지만 TV라든가 음악같은 것은 여간한 음량으로는 들을 수 없는 것이 흠이다.
오래되어 볼품이 없고 초라해도 하루의 일과를 접고 2층으로 올라오면 그래도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참으로 좋다.
식당이라는 직업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다보니 밤 늦게라야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어느새 서서히 야행성 체질이 되어버렸다.
밤이 깊어진 시각, 탁하고 투박하여 남들이 다 죽었다고 하는 시간이지만 나의 정신은 더욱 맑아만 가고 향기롭고 설레이는 시간이 되어지니 모범주부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기는 영 글른 것 같다.
얼마전 밤늦게까지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책장정리를 했다. 이제 대학생들이 된 두 아이들이 서울로 거처를 옮기다 보니 손길이 닿지않아 쓸쓸하게 서있는 책장이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하여 참고서 등등을 정리하다 보니 몇권의 책들이 내 눈길을 잡았다.
김동인 단편집, 좁은문, 한국 수필집, 상록수, 한국고전집 이외도 몇 권이 더 있었다. 모두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빌려오고 반납을 안한 것이었다.
친정어머니는 내게 교육하실 때 밥 한끼 굶는 것은 남들이 모르지만 옷차림이 남루하면 사람들이 하대를 한다며 외모에도 신경을 쓰라고 하셨고 아버지는 재산은 남이 빼앗을 수도 있지만 지식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으니 속이 똑똑한 자가 되라고 하셨다.
이것을 적절이 실행했어야 하는데 난 아버지쪽으로 기울어가서 옷을 사입는 것은 아까웠어도 도서를 구입하는 것에는 욕심을 냈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많은 책들을 사주었는데 어찌하여 반납을 하지 않았는지 내내 마음 한편이 편치않았다.
헌데 며칠이 지난 지금 그것을 읽는 재미에 빠져있다. 이 야심한 시간 옛날에 다 읽었던 것이지만 다시 꺼내보는 기쁨, 그것 또한 큰 것이었다.
성경책에 남의 것를 토색한 자는 4배로 갚으라고 기록되어 있다. 난 그 말씀을 결코 잊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갚으려 한다.
※남편과 함께 송악면 중흥리에서 중식집 ‘금자탑’을 2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풋풋하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길 즐긴다. 대학에 다니는 남매를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