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를 마치고 메일 확인을 해보니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모임날짜가 잡혔다는 연락이 와 있었습니다. 저는 동창회소식을 듣고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작년 이맘 때였나 봅니다. 30여년만에 초등학교 동창회를 하니 모여달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마침 일이 생겨서 저는 참석을 못했었습니다. 헌데 얼마 후 동창회 총무라면서 회의내용과 친구들 연락처를 자세히 적어서 보내왔기에 읽어보니 대부분 메일주소가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 등뒤로 컴퓨터 끄고 켜기와 겨우 타자연습이나 하는 정도였기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튀긴 통닭 한 마리를 사주고는 메일 보내기와 컴퓨터의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가르쳐주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컴퓨터가 나를 싫어해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의 단계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러고보니 아들녀석이 요즈음 주부들이 채팅에다 대출에다 별별일로 패가망신 시키는 일이 많다면서 즈이엄마를 우물가에 놓아둔 애기처럼 불안해하며 감시를 하는데 정말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구요.

그러던 중 아들녀석 담임선생님 친구분이라면서 메일이 한 통 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러시냐면서 답장을 해드렸고 그러다보니 정치얘기, 사는얘기 등등을 주고 받으며 많이 친해졌습니다. 저는 우쭐하여 하루는 아들녀석한테 “야, 느이엄마지만 난 왜 이렇게 잘난걸까? 가만히 있어도 남자들이 줄줄 따르니 말야”고 했더니 이 녀석이 “엄마 그러시다 바람나시는 것 아녀? 누가 뭐라해도 만나구 어디 나가고 그러심 안되는데...”하기에 “야 임마 세상이 뒤집히는게 빠르지 엄마가 그럴 것 같으냐, 인터넷을 이틀에 떼는 천재에다 40대의 중후한 인격을 갖춘 내가 뭐가 모자라서 바람이냐?”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분이 갑자기 내일 저의 동네에 볼일이 있어서 오게 되었다며 메일 친구도 됐고하니 꼭 차를 한잔 대접하고 싶다며 나와달라는 연락이 왔지 뭐겠습니까.

저는 고민하고 망설이기도 하였는데 끝내는 ‘에이, 담임선생님 친구분이신데 어때?’하며 나가는 것으로 연락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저녁 때였습니다. 약속시간이 다 돼오는데 그분이 제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서는 차보다는 저녁 대접을 하겠다며 근처 모 삼계탕집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삼계탕 집으로 가던 저는 쑥스럽기도 하고 남의 눈도 있고 해서 친구를 급히 불러 같이 갔습니다. 가봤더니 식당에 혼자 계신분이 없기에 우린 기다리고 있는데 아들녀석이 전화를 했지 뭐겠습니까. “엄마 지금 어디야?” “응, 마트에 왔어?” “마트 아니고 삼계탕집이지?”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내가 그럴줄 알았어. 그만큼 조심하라구 하니까, 참 간도 크셔 인격이 어쩌니 하시더니 그까짓 저녁 한끼에 외간 남자를 만나러 나가셔? 내가 여기서 누구와 짜고 엄마 시험해 본 것이니 삼계탕이나 맛있게 드시구 가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녀석은 멋적어 하는 저를 쓰윽 쳐다보더니만 무슨 커다란 범인이라도 잡은 냥 목에 힘을 주고는 “세상 뒤집히는 것이 빠르다더니 어떻게 책임지실겨. 아빠께 고발하기 전에 통닭 좀 자주 사주시고 TV 많이 본다고 눈치좀 주지마슈”하며 은근히 협박을 하기에 아들녀석 등판을 한대 후려치며 “나쁜 느므시끼”했었는데 그후 제가 잔소리만 하려 하면 이 녀석은 ‘삼계탕, 이메일’하고 중얼거려서 제가 기를 못피고 지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차라리 남편한테 자수하여 광명찾는 것이 나을 걸 그랬습니다.

※남편과 함께 송악면 중흥리에서 중식집 ‘금자탑’을 2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풋풋하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글로 쓰는 재주가 남다르다. 대학에 다니는 남매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