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에 부부동반 모임이 있다는 연락을 5월 중순에 받아놓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부부동반 모임이라면 틀림없이 노래방엘 갈텐데 워낙 노래를 못하다보니 이런 때가 되면 늘 괴롭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애가 고3인데 엄마가 어떻게 맘편히 노래를 부르겠냐’며 꽤나 애들 생각하는 듯이 빠져 나왔건만 올해는 핑계가 없어서 이 궁리 저 궁리 생각을 해봐도 해결책이 떠오르질 않았다

쉬운 노래로 한 곡 정해서 500번만 들을까? 아님 노래방 도우미를 불러서 몇시간 배워볼까? 그냥 못하는 걸로 밀고 나갈까?

난 생각다 못해 딸아이한테 주말에 내려와서 음치교정 좀 해달라고 전화를 했다. 딸아이는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더니만 한노래들 한다는 친구 두 명을 데리고 내려왔다.

나는 일을 끝마치고 아이들과 노래를 배우러 노래방엘 갔는데 애들이 우선 즈네들이 목을 풀어야 한다나 어쩐다나 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어찌나 잘 부르는지 나는 기가 죽어서 입도 다물어 지지가 않았다. 난 첫 소절을 알면 중간을 모르고 중간을 알면 끝을 모르는데 애들은 의자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더니만 나비처럼 빙빙돌고 노래방을 휘저으며 한참을 놀더니만 그때야 내 생각이 났는지 집중적으로 내 상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딸아이가 오면 뭔가 달라질 수 있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나의 음치상태는 답이 없었는지 아이들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이 노래 저 노래를 시켜보던 애들은 내가 배우겠다는 곡목마다 ‘이건 덩치와 안 어울려’ ‘저건 분위기와 안 어울려’ 또 ‘이건 소화를 못시켜’하며 안된다고 해서 곡목도 정하지 못하고 한 시간이 지나갔기에 음료수나 사다준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잠시후 음료수를 가지고 살며시 노래방 문을 열었더니 딸아이가 “얘들아, 우리 엄마 너무하지? 느이들 노래방 폭파시키고 싶지? 난 툭 하면 노래방 가는데 엄마는 이런데 한번 못 와보셔서 이 정도니 내 잘못이야”하니 친구들이 “난 숱한 아줌마들을 봐 왔어도 이런 분은 처음이야”하는 것이었다.

마음이 상한 나는 음료수를 건네주며 딸아이 친구들의 차림새를 위 아래로 쳐다보고는 속으로 ‘아니, 즈네들이 노래 조금 잘하는것 빼고 나보다 잘난 게 뭐있어. 어머 저 링귀고리 좀 봐. 지하철 손잡이를 떼서 달고 왔나봐. 그리고 쟤는 웃도리가 없어서 지 동생 것을 입었나? 옷이 꽉 조여 오는게 허리에 걸치다 말았구, 치마는 또 저게 뭐야 돈이 모자라서 반만 샀나? 지금부터 저렇게 짧게 입으면 한 여름엔 무얼 입으려구...’하면서 흉을 잔뜩 보고 났더니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이었다.

난 아예 아이들을 보내놓고 혼자 되지도 않는 연습을 조금 더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밤 눈만 감으면 마이크가 보이고 노래기기가 보여서 식은땀까지 흘렸는데 드디어 엊그제 모임날이었다.

그동안은 노래방 얘기만 나와도 등줄기가 오싹하고 소름이 돋으며 두려웠는데 며칠전 두어 시간 연습했다고 약간은 진정이되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사회자가 부부가 같이 나와서 노래를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딸아이 친구들한테 무식과 음치를 탄로내면서 연습한 내 노래는 발표도 못해보고 남편의 애창곡 ‘서산 갯마을’을 남편 옆에 바짝붙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부르고 돌아왔다.

노래 잘 부르는 것도 연습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진대 난 그냥 음치로 살까, 아님 이참에 음치탈출을 할까 고민 중이다

※남편과 함께 송악면 중흥리에서 중식집 ‘금자탑’을 2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풋풋하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길 즐긴다. 대학에 다니는 남매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