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우리집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는 아이가 핸드폰을 바꿨다. 기본적인 기능만 있는 것으로 가격이 좀 싼 것으로 바꾸길 권했지만 요즈음 젊은 아이들의 생각은 우리들과 비교가 되질 않는다. 한달 월급의 전부를 들여서 최신형으로 바꿔온 아이는 연신 설명서를 들여다보며 그 많은 기능에 감탄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에는 집 전화만 있어도 얼마나 편리하고 흐뭇했던가. 헌데 지금은 핸드폰이 사람들 사이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소지품이 되어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눈에서 안 보이면 안절부절이다. 거기에 또 기능은 어떠한가. 엠피쓰리에 디지털카메라까지, 그러더니 화상전화에 요즈음은 아무 곳에서나 TV까지 볼 수 있는 핸드폰이 나왔으니 과학문명이 발달할 수록 우리들 세대는 따라가기가 벅차기만 하다.

몇해 전 남편과 딸 아이는 핸드폰이 있었는데 아들 녀석도 해주게 되었었다. 아들 것을 사준다고 나갔던 남편은 잘쓰고 있던 자기 것도 바꾸어 들어 왔다.

나는 핸드폰에 별 흥미가 없던 터라 지나가는 말로 “나만 없네”하였더니 남편이 “자네는 그럼 이것 써”하면서 헌 핸드폰을 주는 것이었다. “정말 이것도 통화되는거야?”하며 아들녀석을 쳐다봤더니 “그~럴껄”하며 슬금슬금 도망을 갔다.

그랬는데 마침 교회에서 천안으로 교인 병문안을 가게 되었으니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헌 핸드폰을 자신있게 들고는 병문안 가는 차에 올랐다.

조금 가다 보니 옆의 사람이 전화 한 통만 쓰자고 하시기에 자랑스럽게 빌려드렸다. 그랬는데 통화를 못하시기에 들여다봤더니 서비스가 안되는 지역이라나 뭐라나만 뜨고 통화가 안됐다. 난 그때서야 속은 줄 알았고 남의 핸드폰을 빌려서 아들녀석한테 전화를 했다.

그때 TV에서 어떤 개그맨이 ‘내가 누구게? 나는 개그계의 히든카드 아무개야’하는 유행어가 한창이었는데 이 녀석이 전화기에 대고 ‘내가 누구게 나는 개그계의 히든카드’하며 개그맨 흉내를 내는 것이었다. 난 다짜고자 “너 장난치지 말고 빨리 받어 안받어”하다 보니 아들 녀석이 아니었다. 얼른 전화를 끊고 사람들한테 남편이 헌 전화기 준 얘기랑 아들녀석한테 전화했더니 내가 누구냐고 하면서 이상한 얘기만 나온다고 했더니 목사님께서 “나두 딸아이 한테 전화했더니 노래소리만 나와서 끊었어”하셨고 뒷자석의 어떤 분도 “나두 어제 애덜한테 전화 걸었다가 노래만 나와서 잘못 건 줄 알고 끊었는디”하셨다.

나는 병문안을 다녀와서 헌 핸드폰을 집어던지며 그간 이야기를 가족들 앞에 털어놨다. 그랬더니 식구들 모두 한참을 웃고는 딸아이가 “그걸 ‘컬러링’이라고 하는데 나두 어제서 했기에 엄마한테 설명해줄 시간이 없었어. 아마 어른들 대부분이 엄마처럼 놀래서 잘못건 줄 알고 끊은 사람들 많을껄 하였다. 이렇게 바보가 됐던 나의 이야기는 온동네에 퍼져 오히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는데 머리를 써야 할 새로운 무엇이 나왔다 하면 아직도 겁부터 난다.

요즈음 뜨고 있다는 블랙의 색깔로 새로 사온 핸드폰을 들여다 보며 좋아하는 아이를 바라보니 덩달아 나도 즐거워졌다. 이제 나이탓만 하지말고 기계와 좀더 친해져서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하나씩 배워 나가야겠다.

※남편과 함께 송악면 중흥리에서 중식집 ‘금자탑’을 2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풋풋하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길 즐긴다. 대학에 다니는 남매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