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년전 수해상처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송산면 유곡리 그린육계단지 이시용씨

계사 무너져 닭 13만수 또 폐사, 98년도에도 14만수 잃어

98년 집중호우로 복날을 앞두고 출하를 기다리던 닭 14만수를 잃었던 송산면 유곡리 그린육계단지 이시용(49세)씨는 이번 폭설피해에 더이상 할말을 잃었다. 8억여원의 융자지원을 받아 지은 계사 7동(2천3백여평)이 폭설로 한동도 남김없이 전부 무너진 것이다.

계사가 무너지면서 다 키운 닭 13만수가 집단 폐사했다. 이번 역시 설대목을 앞두고 폭설이 내린 다음날인 8일부터 출하가 예정돼 있었다.

16일 찾아간 이씨의 농장엔 계사가 무너져 갈곳을 잃은 닭 30여마리가 눈밭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다. 몇마리는 이미 동사해 눈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H빔으로 튼튼하게 지어 무너질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씨는 당일 동생이 운영하는 계사지붕에 쌓이는 눈만 밤새 쓸어 내렸다고 한다. 다행히 그 계사는 1동만 일부 무너지고 나머지는 무너지지 않았다.

“수해피해의 후유증에서 이제 막 벗어날 즈음 이런 일이 또 터졌습니다.”

지난 98년 수해 때에는 그나마 시설물 피해는 크지 않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피해는 그때와 비교가 안될 만큼 크다. 사료를 주는 시설이 모두 자동화 되어 있는데 계사지붕이 내려앉으면서 그 시설들도 전부 쓸모없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폐사한 닭은 단 한마리도 유통을 시킬 수가 없다. 방금 폐사한 닭이라도 일단 도계해보면 산채로 잡은 닭과는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슴아픈 일이지만 이번에 폐사한 닭들은 대부분 개기르는 분들에게 사료용으로 드렸습니다.”

한달 이상 사료와 물을 주고 따뜻한 온기를 쐬주며 키운 닭을 개사료로 줘야했던 이씨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2년전 수해 때는 한여름이어서 폐사한 닭을 처리하는데 여간 어렵지 않았었다. 악취나는 닭 시체더미를 치우는 일에 누구의 도움도 청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궁리 끝에 발효제를 뿌려 한달 이상 밀폐시켜 둔 후 퇴비로 만들어 썼다고 한다.

“두번이나 이런 피핼 입고 보니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가, 이젠 창피하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사람들은 결과만 가지고 얘기하잖아요.”

이씨의 부인은 그래서 일체 외부에 드러내지 말자고 남편에게 일렀다고 한다.

“무너진 계사를 다시 지으려면 몇억을 끌어다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정부지원도 시설을 다 한 뒤 몇개월 후에야 나오니까요. 넌덜머리가 나 그만두려해도 꼭 그 시설을 해야만 정부지원이 나오니 피해농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거예요. 빚을 끌어안은 채 다시 빚을 내어 시설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포기하든지 둘중 하나지요.”

이씨는 차라리 정부에서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 피해입은 축산농가들이 자재를 공동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더이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모화’라는 화두에 매달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재해를 당해도 툴툴 털어버리고 일어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모를 줄이겠다고 한다. 물론 소득은 줄겠지만 이씨는 앞으로는 더이상 수십만수의 닭 시체더미를 눈뜨고 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