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책을 고르다 보면 가끔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내용이 엉성하거나 아이의 성향과 맞지 않아 눈길을 끌지 못할 때가 있지요. 표현이 섬세하지 못하거나 상황 설정이 적절치 않으면 이내 잘못 샀구나 하는 후회가 듭니다.
하지만 동화 중에는 어른이 보아도 마음이 벅차오르고 신선한 감동을 주는 그림책을 가끔 만나기도 합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아모스와 보리스’가 바로 그런 책이죠. 이 책의 주인공은 『생쥐와 고래』입니다.
원래 다산기획에서 출판할 때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생쥐와 고래가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 나갈지 궁금하지 않나요? 물론 동물이 의인화된 동화가 수없이 많아 아주 낯익은 구조라고 하겠지만 아모스 특유의 진지함으로 이 동화는 그런 여타 동화와는 확실히 다른 묘미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바닷가에 살고 있는 생쥐 아모스는 늘 바다를 동경하며 꿈을 키웁니다. 어느 날 항해 준비를 마친 아모스는 바다 여행을 시작하게 되고 바다에서 한없는 자유와 달콤한 고독에 푹 빠져 듭니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짙고 푸른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읽는 이마저 아모스의 선상으로 초대되는 환상이 느껴집니다. 여행의 즐거움에 젖어 있던 아모스에게 하루는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납니다. 큰 파도를 만나 조난을 당하게 되지요.
망망대해에 며칠을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지쳐가는 아모스 앞에 고래 보리스가 나타납니다. 집으로 데려다 달라는 아모스의 부탁에 보리스는 자기 일을 접고 흔쾌히 응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지요.
둘은 서로가 갖고 있는 좋은 점을 발견하고 감탄하죠. 서로를 깊이 알게 된 둘은 영원한 친구가 되기를 약속합니다. 고래 보리스는 생쥐가 언젠가 자신이 보리스를 도와줄 수 있을 거란 말을 흐뭇하게 받아 들일 뿐 그런 일이 생길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서로 살아가는 곳이 달라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 하며 둘은 슬픈 이별을 합니다. 세월이 흘러 아모스와 보리스는 뜻하지 않게 다시 만나게 되는데 큰 풍랑에 떠밀려 생쥐가 살고 있는 바닷가로 오게 되었어요. 오랜 세월에도 둘은 한 눈에 알아보고 고래는 도움을 청합니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은 아모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보리스를 무사히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 없는 이별을 하면서 서로를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워하는 동안은 정말 헤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모습도, 사는 곳도 전혀 다른 생쥐와 고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에 대해 느끼는 생각이나 심리가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이 동화는 인간 사회의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줍니다. 아모스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자라 부모의 품을 떠나서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딛는 성장의 해방감을 맛보게 합니다.
삶과 죽음을 넘어서 쌓은 우정. 그건 보석이나 사랑과도 다른 더 귀한 것. 삶을 깊고 풍요롭게 하는 이별과 만남의 의미를 알게 됩니다.
아이들이 아모스와 보리스를 만나면서 귀하고 예쁜 우정의 꿈을 키우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줄 준비를 하며 진지한 모습을 하고 있기를……. ★책나이 : 우정을 나누고 싶은 모든 아이들, 청소년까지도 김미영 | 독서지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