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미경 글고운주부독서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나무’를 먼저 읽은 기억이 있다. ‘개미’보다도 먼저 읽고 그의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선속으로 한 순간에 폭 빠져 버렸었다. 창의력을 강조하는 요즘 사회의 모범 답안을 보는 듯 했다. 이 책은 ‘개미’나 ‘나무’가 나오기 전부터의 기록이니 어떻게 그의 ‘개미’가 나올 수 있었는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목만 보아서는 두뇌의 문이 잠길 정도로 주눅이 든다. 그러나, 막상 책 장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면서 선입견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서문에 저자가 스스로 밝혔듯이 과학이나 철학, 정치학, 요리 따위 등 여기저기 널려 있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었다. 자질구레한 것들이 각기 개별적인 내용을 적고 있는 듯 했으나, 읽어가다보니 ‘개미’의 생태를 중심으로 인간의 사회 생활과 기술 문명의 발전을 제시하는 글로 모아졌다.
그중에서도 ‘경쟁자들’은(p27~p29쪽) 마치 인간의 문명이 발달해 가려면 흰개미들의 집단생활과 생존체계를 이해함으로써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듯 했다. 인간의 가장 효과적인 생존 방식은 집단을 이루어 사회생활을 하고 도시를 건설하는 길 뿐이란다. 예전의 경제학자들의 ‘성장하는 사회’로 발전하려면 경제적으로 팽창하는 길이라는 주장은 오히려 미래가 없어지게 되고 오로지 힘의 균형이라는 지속적인 상태만 존재하게 된단다. 그러므로 건전한 사회, 건전한 국가, 건전한 노동자가 살아가는 세상은 주변 환경에 타격을 주지 않고 타격을 입지도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단다. 그러려면 자연과 우주를 정복하려 하지 말고 통합되어야 한다. 즉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며 지구촌 여기 저기서 잦은 환경의 역습을 받고 있다. 인간의 오만이 만들어 낸 도전에 마치 자연이 답을 하는 듯이.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연과 인간도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인간이 겸허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과 인간 사회가 자연 현상에 대해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갖지 않을 때 인류는 우주와 항상성을 유지하게 될 것이며, 그 때 비로소 인류는 평형 상태를 맞게 될 것이고, 멀리있는 목표를 겨냥하지 않고도 소박하게 현재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자연과 인간이 ‘건전하게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은 미래를 살아가는 인간의 숙제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백과사전에서 한 예로 답을 찾아본다.
그의 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열한 번째 계명’의 내용 중에, 개미에게 잡혀서 병 속에 갇힌 인간들의 왜소한 모습을 꿈으로 꾸고 난 후 반성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렇게.
<기소불욕己所不慾, 물시어인勿施於人이라.>
‘논어’에 나오는 글로 ‘남이 너에게 행하기를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고. 자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아니 생명 존중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나는 나의 기억의 저편에 잠들어 있는 인식들을 불러 모아 책을 읽으며 내 나름대로 의미를 달고 색을 입혔다. 처음 펼칠 때는 어렵게 여겨졌으나 마지막 장을 읽은 후엔 가볍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