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세상에 대해 다 이해할 수 없는 나이에 ‘죽음’ 이란 낱말을 경험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가까운 가족이라면 더 더욱 긴 이별 뒤에 오는 깊은 상실과 상처에 당황합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일. 죽음이란 낱말의 개념을 아이들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소재와 시각으로 죽음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려고 애쓴 작품들이 많지만 미스카 마일즈는 이 어려운 개념을 명쾌한 생명의 철학으로 나바호 인디언 소녀와 인디언 할머니의 지혜로운 이야기를 통해 잔잔하고 따뜻하게 담아냈습니다.
애니는 인디언 소녀입니다. 나바호라는 인디언 마을에서 부모님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 속에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옛날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고 많은 것을 나누는 할머니는 친구 이상의 존재입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저녁 식사가 끝난 뒤 할 이야기가 있다며 가족들을 불러 모읍니다.
“얘들아, 지금 짜고 있는 양탄자가 다 될 즈음이면 나는 땅의 어머니에게로 갈 것이다.”
할머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안 애니는 가슴이 쿵쿵 뛰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요. 무엇이 갖고 싶은지 묻는 할머니. 애니가 말없이 눈물 그렁한 눈으로 바라보던 베틀 짜는 막대기를 할머니는 선물로 주마고 약속합니다.
애니는 궁금합니다. 할머니가 땅의 어머니에게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는지?
땅과 코요테, 나무와 하늘의 새들과 함께 살며, 평생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할머니 같은 분들은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엄마의 말을 이해하지만 애니는 예견된 이별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애니는 ‘할머니가 양탄자가 다 짜지면 돌아가실 것’이란 생각에 엄마가 양탄자를 짜지 못하도록 온갖 꾀를 냅니다. 학교에서 선생님 구두 감추기, 새벽에 양들을 울타리 밖으로 풀어놓기, 짜고 있는 양탄자의 실 풀기 등으로 방해를 하지요. 이를 눈치 챈 할머니는 애니를 나지막한 바위산 메사로 데려갑니다.
“너는 시간을 되돌리려고 했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란다. 아침에 동쪽에서 뜬 해는 저녁에는 땅으로 돌아간단다. 선인장은 영원히 활짝 필 수 없다. 꽃잎은 말라서 땅에 떨어진다.”
애니는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언젠가 자신도 할머니처럼 그럴 것이란 생각을 하며 예견된 이별을 가슴에 묻습니다. 집에 돌아온 애니는 그토록 배우기 싫다던 베틀 앞에 앉아서 양탄자를 짜기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죠.
이 책은 펜화로 선명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흑백 그림 속에 자리 잡은 여백이 진지한 상념을 던져줍니다. 할머니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애니가 죽음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 또한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지혜로운 할머니로부터 대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그 이면의 슬픔을 보듬는 애니의 모습에서 의젓함과 대견함마저 배우게 됩니다. /김미영 독서지도사 my6206@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