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로서 죽어가는 환자의 임종을 지켜본 과정을 논문으로 발표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쓴 <인간의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책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서적이 되었고, 이로 인해 미국의 의료계는 크게 뒤흔들렸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이 글 2회에서 소개한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벳 퀴불러 로스’(E. Kubler Ross)입니다. <인간의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책은 수많은 임종환자를 돌본 결과를 토대로 하여 주로 암에 걸린 중환자들이 대체로 다섯가지 과정을 거쳐 임종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낸 책입니다. 오늘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인간의 죽어가는 과정을 잠깐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죽어가는 과정의 다섯 단계

퀴불러 로스

사람은 누구나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습니다. 의사가 “당신은 암입니다. 앞으로 6개월밖에 살 수 없습니다”라는 진단을 내렸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①첫 번째 단계 : 부정의 단계

첫 번째 단계는 부정의 단계입니다.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설마 나에게 죽음이 다가왔겠느냐’라는 반응이 일어나는 단계입니다. 죽음에 부딪힐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게 되므로 죽어가는 과정을 부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병원 저 병원 병원순례를 하게 됩니다. 의사가 오진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②두 번째 단계 : 분노의 단계.

하지만 병원순례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딜 가나 똑같은 진단이 나올 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왜 내가 죽어야 되느냐’ 라는 거부의 반응이 일어나면서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죽음을 유감으로 생각하거나 또한 타인을 시기하게 되는 등 복잡한 감정과 질문들에 부딪히게 됩니다.

③ 세 번째 단계 : 타협의 단계

시간이 흘러도 병은 낫지 않고 더 심해져만 갑니다. 이렇게 병이 더 악화되어 가면 ‘몇 달만 더 살게 해 준다면...’ 혹은 ‘아들 결혼할 때까지만 살게 해 주신다면, 하느님 교회에 잘 나가고 좋은 일 많이 하겠습니다...’ 라는 이런 약속을 하게 됩니다. 대개 이 단계에까지 오게 되면 사람들은 자기가 인간관계에 있어 큰 잘못을 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④ 네 번째 단계 : 우울증에 빠지는 단계

그래도 병은 점점 더 악화되고 더 이상 회복의 가능성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시점이 다가옵니다. 이럴 때 생기는 감정이 네 번째 단계의 감정입니다. 이 지경이 되면 보통 우울증과 절망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⑤ 다섯 번째 단계 : 수용하는 단계

절망에 빠져 한참 헤매고 나면, 즉 네 번째 단계까지 다 거치고 나면 비로소 이제야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분노하거나 우울해 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최후를 여유있게 바라보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창조주께서 주신 생명이니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알폰스 데켄 박사는 이 이론에 한 단계를 더 첨가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⑥ 데켄 신부의 여섯 번째 단계 : 기대와 소망의 단계

여섯 번째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기보다 영원한 생명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망과 기대를 갖기를 원하고 그것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이 여섯 번째 단계 즉 기대와 소망의 단계에 도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천국에 갈 것이다’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호스피스 봉사 현장에서 많이 목격됩니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있으면, 갑자기 죽어가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면 어려운 환자를 보게 되더라도 충분히 위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죽음에 처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마음을 열어놓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아름다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