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순간의 삶의 대차대조표가 작성되는 순간
잘산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는 삶
우리는 모두 잘 살고 싶어 합니다. 모두가 웰빙을 꿈꿉니다. 그런데 진정한 웰빙은 그 사람이 죽었을 때 알게 됩니다. 그 사람이 진정으로 잘 살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그 사람이 죽었을 때 비로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때문입니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앞에 놓고 자녀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일까요? 말할 것도 없이 아버지의 유산입니다. 그래서 정작 그래서는 안되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자녀들 사이에는 싸움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일들은 장례식장에서 흔히 목격되는 일이지요.
요즈음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는 <염쟁이 유씨>라는 일인극(모노드라마)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마당극 형식을 빌어 진행되고 있는 이 연극은 몇 달째 앵콜 공연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염쟁이 유씨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선 유순웅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일품입니다. 얼마나 일품인지 원작의 작가도 유순웅이라는 이 연극쟁이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다고 할 정도입니다.
염쟁이는 우리 문화 전통에서는 천하디 천한 직업입니다. 연극 <염쟁이 유씨>는 사십년 넘게 가업인 염을 하면서 살아온 염쟁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생의 마지막 염을 하면서 토해 놓는 그의 이야기는 해학과 익살, 풍자로 넘쳐납니다. 시작부터 연극이 끝날 때까지 웃음으로 점철되어 있으면서도 마지막에는 그 진정성으로 하여 눈물을 자아내게 합니다.
염쟁이 유씨는 ‘일생의 마지막 염’이라는 선언적인 말로 첫대사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마지막 염이라는 우울한 기대와는 달리 관객을 웃기고 울리면서 이야기 속으로 함께 끌고 갑니다. 염쟁이 유씨는 정해진 절차와 의례에 따라 주검을 수습하면서 자신이 살아오면서 만났던 죽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장례가 그렇듯이 염의 복잡한 절차와 의례는 죽은 이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산 자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삶의 한 복판에 던져진 죽음을 수습하기 위해 산 자들은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와 의식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죽음의 순간은 삶의 대차대조표가 작성되는 순간입니다. 한 인간이 어떻게 살았는가는 바로 이 순간에 드러납니다. 이 연극에서도 산 자들은 죽은 자를 앞에 놓고 갖가지 행태를 보이지만 끝까지 관객의 귓전에 남아도는 말은 ‘잘 죽어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사는 것의 강조에 다름 아닙니다.
잘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입니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연극에서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잘 살지 못한 죽음’들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답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잘 산다는 것! 그것은 머리로 계산하는 삶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삶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루 하루 삶의 축적이 죽음이라면 하루 하루 마음모음(mindfullness)의 삶이 잘 사는 일이라는 것을. 연극을 보면서 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 관객은 자신의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극중 염쟁이 유씨의 마지막 메시지는 “죽는 거 무서워들 말어. 잘 사는 게 더 힘들어.” 오늘 우리는 이 마지막 메시지에 관해 다같이 잠깐만 생각에 잠겨보기로 합시다.